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며 1,070원선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정보기술(IT)과 자동차ㆍ조선 등 수출기업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더욱이 지속적인 글로벌 양적완화와 이머징 통화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로 환율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여 수출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반면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며 코스피지수가 석달 만에 2,000선을 넘어섰다.
13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 떨어진 1,073원으로 마감하며 1,07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3원 이상 떨어지면서 1,071원10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원ㆍ엔 환율은 9원10전 내린 100엔당 1,283원5전을 기록했다. 원ㆍ엔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12일(1,282원48전)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환율급락은 기업이익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이후 이날까지 환율하락으로 영업이익이 6,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1,670억원 줄어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 하락폭이 40원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는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환율변화에 따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3ㆍ4분기 5,700억원을 포함해 하반기 들어서만도 1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환율하락은 자동차 업체에도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각각 영업이익이 약 1%와 2%씩 줄어든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4ㆍ4분기 환율하락으로 이미 900억원과 800억원씩의 환차손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수주 비중이 높은 조선업체 역시 원화강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대우조선해양의 환차손도 이미 같은 기간 9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주변 환경이 당분간 원화강세를 부추길 수밖에 없는 요인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잇따른 양적완화로 달러를 쏟아내는데다 원화가 다른 이머징 통화보다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수출기업의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이 잇따라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상당수 이머징 통화들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이러한 환율 차이가 사라지기 전까지 원화강세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외국인이 원화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33포인트(1.38%) 오른 2,002.77을 기록해 9월24일(2,003.44) 이후 약 석달 만에 2,000선 고지에 다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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