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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투자자문사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면서 부실이 심해지자 금융당국이 투자자문 업계 정비에 나선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4월 투자자문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는 해결책 도출을 위해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부실 투자자문사에 대한 등록취소 요건 마련 등 구체적인 퇴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실적이 아예 없거나 등록한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때만 등록을 취소했다"며 "등록 취소에 대한 요건을 명확히 해 쉽게 진입한 투자자문회사들이 제대로 영업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쉽게 퇴출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7월 말까지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여기에는 유사 투자자문사를 규제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투자자문사의 사모펀드 운용을 허용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문이나 투자일임 등 영업 분야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 사업영업 확대 등의 방안 마련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문사들도 새로운 먹거리 마련에 적극적으로 3월 말 별도의 TF를 꾸린 바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문사도 사모펀드를 설정ㆍ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금투협과 논의 중이다. 현행 관련 규정상 투자자문사들은 사모투자펀드(PEF)를 제외한 어떤 종류의 펀드도 조성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한 자금 모집이나 운용도 금지돼 있다.
한 투자자문회사 관계자는 "연초 투자자문사 사장단과 금투협 간담회에서 자문업 활성화를 위한 건의사항 중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고 두 달 전부터 5~6개 투자자문사와 관계기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자문사의 사모펀드 운용이 가능해질 경우 수익 저변이 확대돼 침체된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투자자문업의 전반적인 정비에 나선 것은 최근 수익성 악화로 일부 투자자문사가 사실상 자문업무를 하지 않거나 자진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시장이라는 생태계 속 기저계층에 해당하는 투자자문사가 수익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금융당국이 본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메스를 꺼내든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투자자문업 인가를 자진 철회한 자문사는 벌써 7곳에 달한다. 지난 해 스스로 등록취소를 요청한 자문사가 1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1월 예스투자자문이 스스로 문을 닫은 데 이어 2월에는 버크셔리치ㆍ삼일BIA, 3월과 4월에는 플레티넘과 신성, 어시드가 시장을 떠났다. 이달 들어서도 에이티투자자문이 금감원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인가요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등록이 취소된 4곳과 인가업무 외에 영업행위를 하거나 가장 납입 사실이 적발돼 말소된 2곳을 포함하면 시장에서 사라진 자문사는 모두 13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 초 160개에 달하던 투자자문사는 신규 등록업체 9곳을 포함해도 현재 155개로 쪼그라든 상태다.
금융당국 측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문사는 금융투자시장의 맨 밑바탕에 해당하는 곳으로 아직 체계화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전히 주먹구구식 영업을 고집하는 곳도 많아 시장 자체가 일부 대형 투자자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판만 걸고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아 혹시 모를 투자자 피해마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 학계 관계자는 "투자자문회사의 경우 자문과 일임 등 국한된 영업으로 투자 생태계 내에서 도태되고 있다"며 "등록만하고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아 금융당국의 방안 마련 외에도 스스로가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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