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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금리인하 타이밍 너무 빨랐다”
입력2003-07-20 00:00:00
수정
2003.07.20 00:00:00
조의준 기자
`금리인하 조치가 성장에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못하고 있다` `금리 인하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다`
콜금리 인하후 시장금리는 치솟고 투자ㆍ소비는 미동도 않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리고 있다. 극단적인 비판이 있는가 하면 아직 금리인하의 효과를 예단할 시점이 아니라는 관망론도 있다. 다만 공통된 목소리는 “당국이 금리정책에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 어차피 불황이 장기화하고 세계적인 금리인하 기조에 발 맞춘다는 전제라면, 금리조정의 시기와 폭에 대해 정책당국의 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리인하 효과 안 나타나(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지난 10일 콜금리 인하후 금융시장의 반응이 이상하다. 콜금리를 내리면 장기채권금리, 대출금리, 예금금리가 내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도 다소 늦게 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는 아예 내리지 않고 있다. 또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장기채권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한 실질적인 경기부양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통화금융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큰 문제다.
◇타이밍이 빨랐다(조영무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한국은행이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맞춰 금리를 내리다 보니 타이밍이 빨랐던 면이 없지 않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정책보다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은이 정부의 추경예산안 편성에 맞춰 콜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8~9월 사이에 콜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 7월로 앞당겨 콜금리를 내리자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빙빙 돌고 있다. 돈을 풀어도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그러나 타이밍의 문제지 금리를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하반기에 또 한 번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시류를 잘 읽어 제대로 된 시점에 금리인하가 이루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정책 불신 키울까 우려(노진우 현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면 소비와 설비투자가 안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을 때 단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 자체가 신용카드와 가계부채 문제로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4ㆍ4분기이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따라서 금리인하로 대출이율이 싸질 경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부채를 갚는 역선택도 일어날 수 있다. 물가상승 압력도 더욱 커진다.
또 투자의욕이 바닥인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리인하 시점이 최악이다. 오히려 금리정책이 시장의 불신을 사 금리가 급변동할 수 있다. 금리정책으로 성장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시장안정화 효과만이라도 거둬야 하는 데 이번에는 이것마저 잃을 가능성이 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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