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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M&A는 엄두도 못내

PEF 한곳당 평균 약정금액 고작 1,800억



‘기대가 너무 컸나. 아니면 한발 늦은 제도였나. ’ PEF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초 기대와 달리 성과가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당초 PEF는 외국자본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종자본 육성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했지만 지난 1년4개월여 동안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다. PEF가 처음 출범한 것은 2004년 12월27일. 맵스자산운용과 우리은행이 만든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PEF 1호다. 이를 계기로 외국자본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종자본이 본격적으로 육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특히 국내 토종자본으로 만들어진 PEF는 기업의 워크아웃 및 인수합병(M&A)을 촉진시키고 금융기관이 관리 중인 기업의 효과적인 매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년4개월이 지난 현재 등록된 PEF는 16개. 약정액은 2조8,955억원에 이르지만 실제 이행금액(투자금액)은 4,183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약정액의 14%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외에 대형 M&A 물건에 대해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다. PEF를 운용 중인 한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현재 보완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는 물론 투자문화의 부재 등으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걸음마 상태인 PEF=PEF가 등장한 뒤 업계가 제도적 보완을 줄기차게 요구하자 금융당국은 최소 출자금액 완화(법인 20억원, 개인 10억원), 투자의무비율 완화(2년 이내 출자금액 50% 이상 투자) 등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2월 입법예고를 마친 뒤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 개선안에는 투자증권으로 한정됐던 것을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부실채권(NPL)에도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다. 또 국민연금의 PEF 참여를 늘리기 위해 연기금은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초기 시장장악이 매우 중요했다”며 “그러나 PEF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지적했던 출자자금 완화, 투자대상 제한 완화 등의 조치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PEF 활성화 방안들이 올 상반기 중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투자할 수 있는 마땅한 물건은 너무 값이 올라버린 상태라서 큰 의미를 찾기는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1월 말 현재 국내에 선을 보인 PEF는 모두 16개로 숫자만 많을 뿐 규모나 질에서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가장 많은 규모의 약정액을 가지고 있는 보고펀드도 5,110억원으로 1조원을 넘지 못한다. 시장에 매물로 나올 대형 M&A 물건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기에는 PEF 규모가 너무 작다. 특히 PEF 한 곳당 평균 약정액이 1,800억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8개에 달하는 PEF가 실제 이행금액(투자금액)이 100억원도 되지 않고 이중 4곳은 아예 투자처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KT&G에 경영 참여하는 PEF 나올까=칼 아이칸의 KT&G 공격에 대응해 금융권이 백기사로 나서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그 구체적인 전략으로 PEF가 구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국민연금 등 금융권이 공동으로 PEF를 설립,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는 것. 물론 현행법상으로는 가능하다. 10% 이상의 주식을 매입하거나 만약 매입지분이 10%를 넘지 못할 경우 KT&G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확실한 증거만 있으면 된다. 임원 임명ㆍ해임권 등을 갖는 것이 하나의 예다. 곽영균 KT&G 사장이 “국내 금융기관이 백기사로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에 근거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PEF를 통해 KT&G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PEF를 새로 만들어 등록을 하든가, 기존 PEF에 추가 출자하는 방식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PEF의 경우 수익률 등이 일정 부분 보장돼야 하는 만큼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지 미지수다. 자사주 등에 대해 10% 정도 할인된 값에 매각할 경우 가능할 수도 있지만 외국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기존의 PEF처럼 자금을 끌어 모으는데도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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