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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003 경영大戰] (기고) 강임호 금융연구원 박사
입력2003-04-29 00:00:00
수정
2003.04.29 00:00:00
조의준 기자
최근 은행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내우(內憂)는 카드사문제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이요, 외환(外患)은 북한의 핵개발관련 이슈이다.
카드사의 문제는 일정수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청소년이나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 신용 대여한도를 높게 하여 카드를 발급하는 등 카드사들의 비정상적인 마케팅이 화근이 됐다. 반면 SK글로벌파문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대부분의 은행이 SK글로벌 관련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만큼 충격파는 더욱 컸다.
이러한 예측 가능한 불안정요소와 예측하기 어려웠던 불안정요소는 북핵 문제와 맞물려 IMF 금융위기를 연상하게 할 정도의 금융시스템 불안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는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복잡해 보이는 이런 변화의 원인은 지극히 간단한 데에 있다. 신용카드회사와 은행이 자금을 대출한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위 `신용평가`가 올바르게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왕들은 국가의 중대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델포이신전(神殿)을 찾아 신탁(神託)을 구하곤 하였다. 국가의 중대사는 복잡할 것이지만, 지금까지 최고의 신탁은 역시 `내 자신을 알아라(Know yourself)`라는 단순한 문구였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 은행을 위한 신탁(神託)은 역시 `자신의 고객을 알아라(Know Your Customer)`라는 문구일 것이다. 자신의 고객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소비자는 때로는 비합리적이므로,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고액의 신용한도를 주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기업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는 일면 미래에 대한 과도한 낙관일 수가 있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며 오직 현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이 미래에 대한 예측의 오차를 감소시킨다.
요컨대 은행들은 신용의 평가에 있어서 미래지향적 기준(Forward-Looking Criterion)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은 각 기업의 산업위험, 경영위험, 영업위험, 그리고 재무위험을 분석하고 판단(judge)하라고 요구한다.
이 기준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 산업위험이다. 과거에는 좋은 기업일 수 있지만 그 산업의 쇠퇴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경영위험을 고려해 보자. 어떤 기업이 성장단계를 마치고 성숙하여 적절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으나 그 지배구조가 안정적이지 않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과정이 예측가능하지 않다면, 이 기업은 위험한 기업일 수 밖에 없다.
은행의 생존은 고객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에 달려 있다. 이 신용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자료와 다양한 측면의 평가에 기초한 신용평가모형이나 신용평점모형에 의한 방식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기준에 따라 고객이 처한 산업위험, 경영위험, 영업위험과 재무위험 등을 정확히 분석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취재 = 이진우, 최원정, 김홍길,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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