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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新 3低와 구조조정

「신(新) 3저(低)」의 도래 현상은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심리적으로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엔화약세,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우려, 중남미 외환위기 가능성, 미국의 주가폭락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먹구름이 덮여 있던 세계경제는 선진각국의 금리인하와 엔고가 가시화하면서 이제 적어도 최악의 파국현상만은 피해갈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있다. 물론 「신 3저」가 우리 경제에 주는 이익이 1980년대 중반에 있었던 「구(舊) 3저(低)」만큼 현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차이는 「구 3저」 시절에는 세계경제가 호경기를 누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세계경제가 전반적인 불경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보더라도 80년대에는 10%수준의 세계적 고금리 하에서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있었으나 지금은 금리인하 폭이 작고, 엔고도 미·일간의 경제성과 차이를 감안하면 단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일간의 금리격차가 줄어들 것이고, 성장률 격차도 4%포인트에서 2%포인트 차이로 축소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120엔대는 가능하리라고 보여지며 한·일간의 수출경합 관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 수출환경이 유리해 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여하튼간에 「신 3저」는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많게는 1%포인트 이상, 적게는 0.5%포인트 정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되므로 우리의 경기부양정책에 힘을 실어 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의지 천명과 「신 3저」에 대한 성급하고도 들뜬 기대심리가 표출되는 가운데 혹시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재벌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에 단순한 기우라고 볼 수 만은 없고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인들 중에는 아직도 지난날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극단적으로는 국제규범을 무시해가면서라도 정부지원주도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펴서 무역흑자를 내고, 그 돈으로 하루빨리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를 벗어난 이후에 정부-은행-기업이 유착하여 성장에 매진하던 구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수(數)적으로는 소수이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개혁저항론자들은 국내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다. 예를 들면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을 당사국들의 취약한 경제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고 국제투자가들의 분별없는 자금회수에서 찾으려고 하는 논의를 아전인수격으로 확대해석해 구조조정의 절박한 필요성을 희석시키려고 한다. 헤지펀드 등의 단기투기성자금의 폐해를 교정하기 위한 개선책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아시아국가들의 금융취약성과 과다한 기업부채가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해석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나아가 국제금융계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료의 투명성에 근거해서 국가별, 기업별 위험도평가를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자체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국제금융가들은 아시아외환위기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IMF에 대해서도 신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IMF에 대해서 자기들의 의견을 경청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제금융사회가 우리의 구조조정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기능은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며, 그 당연한 귀결로써 우리의 실수에 대한 관용범위는 훨씬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부실대기업에 대한 계속적인 금융지원과 계열사간 지원이 경제회생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 저축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나 투자는 격감하고 있어서 지금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은 매우 풍부하지만 남아도는 자금이 벤처기업, 유망중소기업, 건실한 전문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부실기업과 국공채투자에 쓰이고 있다. 따라서 금융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으므로 부실기업의 과감한 정리와 금융기관의 유가증권투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부실기업주의 소유권도 사유재산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금융기관과 우량계열 기업 주주들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간과하는 중대한 허점을 내포하고 있다. 부실대기업의 신속한 정리가 소유권 집착 때문에 지연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거시경제안정과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금융구조조정은 정부의 몫이고 기업구조조정은 민간의 몫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자본적 합성에 대한 감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경영투명성 제고와 경영권시장 활성화를 통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하게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논리적 귀결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거대재벌의 저항을 제어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 것이고, 구조조정 없이는 신3저와 경기부양책이 또다른 거품을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李景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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