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발표할 이란 추가 제재방안의 초점은 우방인 미국의 체면은 세우면서도 우리의 실리를 잃지 않도록 하는 데 맞춰졌다. 상대적으로 우리와 이란 간 거래규모가 크지 않은 석유화학제품을 제재대상으로 선택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대신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체 수입 원유의 약 9.6%(올해 10월 말 기준)에 달하는 물량을 이란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국제 시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끊을 경우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가격 인상의 부담을 져야 한다. 일본도 원유수입 물량 중 10%가량을 이란으로부터 들여오고 있어 원유 수입금지를 이란 제재방안으로 채택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아울러 기업은행ㆍ우리은행과 이란 중앙은행 간 원화결제라인도 막지 않기로 했다. 해당 결제라인을 막게 되면 당장 우리 기업들의 현지 건설 공사와 무역거래에 차질이 빚어진다. 우리 기업들은 이란 사우스파와 같은 석유천연가스 광구 인근지역에 대규모 정유 및 천연가스플랜트 공장 건설사업을 줄줄이 수주해왔고 이란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144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증가세를 타고 있다. 물론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미국 의회가 이란 중앙은행과 외국 금융기관 간 금융거래를 사실상 봉쇄하는 규제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향후 움직임을 보고 향후 추가 대응 여부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1929에 근거해 지난해 9월 이란에 대한 일부 금융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제재는 이란계인 멜라트은행과 이란국영해운회사(IRISL), 이란혁명수비대(IRGC) 등을 포함한 이란 관련 102개 단체 및 24명의 인사를 금융거래 제재 목록에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삼았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란계 금융기관 중 추가로 더 제재 리스트에 올릴 곳이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란 관련 단체와 개인을 금융거래 제재대상에 추가하는 선에서 매듭짓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