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의 에너지분야 총지출은 지난해 보다 9.2% 증가한 3조7,747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29일 입수한 정부의 내년도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이하 에특)세출 내역과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에너지 분야 지출규모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특과 전력기금은 정부의 에너지분야 양대 재원이다. 정부의 이 같은 지출계획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석유 비축사업 강화를 통해 고유가 시대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기본 취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에너지산업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연구개발(R&D) 예산도 크게 확충됐다. 반면 신ㆍ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예산이 즐어든 대목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그러나 올해도 세원 확보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점이 여전히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에너지산업 선진화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 세출예산= 에특회계는 ▦지속가능 발전한 에너지시스템 구축 ▦석유ㆍ가스 안정공급 ▦석탄산업합리화 ▦일반광물자원 개발 등 4대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년도 세출규모는 올 해에 비해 11% 증가한 2조5,027억원. 에특을 통해 내년에 가장 축복(?) 받을 사업은 지속가능발전 에너지시스템 구축의 한 분야인 에너지ㆍ자원 R&D.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규모가 작다는 비판도 있지만 올 해에 비해 예산이 48% 증액(980억원), 책정됐다. 비축기지 건설이 진행 중인데다 유가도 크게 올라 석유비축사업의 내년 예산은 78% 증가한 3,812억원에 달했다. 석유, 가스 뿐 아니라 철광석, 유연탄 등 주요자원의 자주개발율을 높이기 위한 해외자원개발 지원예산도 올 해에 이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국내외 유전개발을 돕기 위해 에특에서 3,833억원이 지원된다. 올해보다 31% 증가한 수준이다. 이와함께 해외 광물자원개발 예산도 880억원으로 34% 늘었다. 고유가로 연탄소비가 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탄가안정 보조금 소요도 크게 늘었다. 내년도 탄가안정 및 폐광대책 예산 역시 올 해보다 62% 증가한 3,316억원에 달한 것. 고유가로 당장 쏟아야 할 돈이 크게 늘면서 신ㆍ재생에너지 사업과 국내 일반광업 육성 예산은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에특의 신ㆍ재생에너지 사업은 지난해 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1,766억원에 머물렀다. 에특 재원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전력기금에서 신규로 신ㆍ재생에너지 사업에 90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올 해보다 200억원 가량의 예산이 감소했다. 국내 광업육성 자금은 올 해 629억원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247억원에 그쳤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안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일정요율의 법정부담금이 포함돼 조성되는 전력산업기반 기금의 올 해 수입은 총 1조8,966억. 지난해 보다 5.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6,246억원을 떼고 총 1조2,720억원을 사용키로 했다. 지난해 보다 지출규모는 5.7% 증가한 수준이다. 전력기금 운용계획에서도 R&D의 인기는 지속돼 전력 R&D에 올해보다 62%가 증가한 2,349억원이 투입된다. 아울러 전력인프라 구축 지원사업 예산도 513억원으로 35.8% 늘었다. 신규 사업으로는 태양광 주택보급에 새로 540억원이 지원되는 등 신ㆍ재생에너지 예산 903억원이 편입됐다. 전력분야의 신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공기업과 민간이 공동투자조합을 결성해 기술사업화를 추진하는 데도 신규로 150억원의 지원예산이 편성됐다. 또 농어촌 전기수용가의 부담완화를 위해 농어촌 전기공급 재정융자금을 무이자로 전환함에 따라 전력기금이 관련 채권을 인수키로 하고 여기에 285억원을 지출키로 했다. 이에 반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2,762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줄어든 1,539억원, 도서벽지 전력공급 지원사업도 11% 감소한 933억원을 기록했다. ▦전력수요관리사업(1,219억원, 3.8% 증가) ▦전력기반조성융자(1,857억원 8.6% 증가) ▦타에너지 지원사업(2,538억원, 6.6% 감소) 등은 올 해와 비슷한 규모로 예산이 짜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정부의 에너지분야 예산 지출은 고유가 대응능력 강화와 첨단기술 확보에 맞춰진 게 특징” 이라며 “다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에너지분야의 사업은 많은 데 비해 예산 확보엔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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