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해나가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 중소업계의 현실은 열악하다. 휴가비 지원은커녕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깎인 월급을 받는 경우도 있어 선뜻 쉴 수가 없다.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2박3일 여행을 계획 중이었지만 이조차도 눈치가 보여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일손이 부족해 쉬지 못한다고 하지만 열악한 근무여건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중소업계에는 여전히 '회사가 힘들고 바쁘니 모두 쉬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는 의식이 팽배하다. 휴가나 연차수당을 제대로 챙겨주는 곳이 많지 않다.
하지만 중소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만 하고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에는 젊은 인재들이 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 중소기업이 발전하려면 근무시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량을 높이는 방식은 한계에 다달았다"며 "직원들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이를 위해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EO의 인식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백 연구위원은 "여건이 좋아야만 좋은 복지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을 혁신하기 위한 CEO의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급학습휴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조영탁 휴넷 대표는 휴가제도를 정착시킨 후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휴가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충성심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것.
그는 "직장인들에게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일을 할 때 집중해서 하는 것이 훨씬 더 회사를 위해서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또 "중소기업이 한단계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기업문화를 유지하기보다는 주변에서 좋은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면 본보기 삼아 더욱 여건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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