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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뚜기 라면 가격담합… 미국서 집단소송 휘말리나

2년전 공정위 과징금 부과 '불똥'

배상액 규모 4000억원 넘을수도

농심과 오뚜기 등 국내 간판 라면 제조사 2곳이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한인 법조계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은 지난 4일 현지 대형 마켓이 농심과 오뚜기, 이들 회사의 미국법인을 상대로 신청한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사건을 맡은 윌리엄 H 오릭 판사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7월 농심·삼양식품·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제조사 4곳에 가격담합 과징금 1,354억원(약 1억2,300만달러)를 부과한 사실을 거론하며 집단소송으로 진행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오릭 판사는 오는 25일 원고 측의 주장을 세밀히 검토한 뒤 재판일정을 정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번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LA한인마켓인 플라자컴퍼니와 피코마트 등이다. 이들 외에도 캘리포니아 주내 식품점·마트 300여곳이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원고가 제기한 배상액 규모는 8억달러(약 8,78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집단소송, 이른바 클래스액션(class action)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 소비자가 기업 등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개별적인 피해규모가 작아 법적 대응을 취하기 어려울 때 활용하는 방법이다. 통상적인 소송은 원고가 소를 법원에 제기하면 바로 논의를 진행하지만 집단소송의 경우 로펌이나 변호사가 참여자를 먼저 모집한 뒤 법원에 클래스액션 허가신청을 받아 절차를 밟는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 법원이 국내 라면 제조사의 가격담합에 대한 집단소송을 승인한 데는 2012년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부과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당시 국내 라면 제조 4개사가 2001년 5∼7월 가격인상부터 2010년 2월 가격인하 때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각사 라면 제품 가격을 정보교환을 통해 함께 인상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함께 담합 및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오릭 판사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나머지 제조사인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를 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조계는 이번 집단소송으로 국내 라면 제조사가 부담해야 할 배상액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집단소송의 경우 소송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원고 측이 이기면 동일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 2곳에 최대 4,000억원 이상의 배상명령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변호사 A씨는 "법원이 집단소송 대상으로 일부 업체를 제외한 것은 가격담합 가담 정도가 덜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며 "미국 집단소송의 경우 대형 로펌 등이 기획적으로 특정 사건의 피해자를 모집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집단소송은 국내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담합을 했다는 전제 아래 진행되기 때문에 벌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내 라면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곳은 가장 먼저 절차를 밟아가는 캘리포니아주 외에 매사추세츠·미시간·플로리다·뉴욕 주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송 대상이 된 국내 라면 제조사는 법무팀과 자문 로펌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며 대응해나가겠다"며 "지난해 공정위는 해명자료에서 2012년에 내린 과징금은 국내 시장만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수출품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항변했다. 오뚜기 측 역시 "현재 현지법인과 관련 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해가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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