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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새해의 희망

金仁淑(소설가)해가 바뀔 무렵이나 새해를 맞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생각중의 하나가 새해의 운수에 관한 것이다. 묵은해와 함께 나빴던 일은 다 접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야 누군들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토정비결을 본다거나 무당, 또는 역술인의 집을 찾아가 점을 본다거나 하는 마음들이란게 실은 다 새해에 대한 희망을 얻기 위해서일터이다. 나쁜 운세가 점쳐지면 피해가야겠다는 유비무환의 정신이라기보다는 기왕이면 좋은 얘기를 듣고 그 위안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일거라는 게 내가 짐작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이다. 통신공간에 들어가면 토정비결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일부러 점집을 찾아가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하게 일년신수를 볼 수가 있다. 담배갑에 「지나친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는 경고문구가 있는 것처럼 통신공간에서 토정비결을 보기전에도 그런 문구를 볼 수가 있는데 말하자면 「지나친 맹신은 하지말라」는 의미의 말들이 적혀있다. 내가 얼마나 토정비결을 믿는지는 알 수 없으나 토정비결이 나빴던 해에는 일년내내 그말들을 떠올리고 사는것이 사실이다. 토정비결이 나쁘더니 결국 이런일들이 생기는구나 하는 식. 토정비결이 좋았던 해 역시 마찬가지겠으나 그렇다고 실제로 좋은일이 생겨도 「역시 토정비결이 좋더니…」하는 식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토정비결을 본것이 역시 위안을 얻자고 한 짓이었을터인데 어쩌자고 위로보다는 불운한 암시가 더 오래 남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올해에는 그런거 보지말고 살아야지 했는데별수없이 또 보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죽으라고 나빴던 운세가 올해에는 제법 괜찮다. 괜찮은 토정비결, 별로 기억도 안하고 살 것 같은데 그래도 당장의 기분은 나쁘지가 않으니 역시 좋은게 좋은거라는 역술에 대한 평소의 내 생각도 바꿀 수가 없게 되었다. 새해들어 점을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현상 하나가 생겨났는데, 그건 자기 운수를 묻기 전에 먼저 나라의 운세를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IMF가 어떻게 되겠느냐,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겠느냐는 식의 질문들이 어김없이 나온다고 한다. 경제전문가도 아닌 역술가가 그런 대답을 얼마나 정확히 해줄 수 있을지는 알수없으나, 그걸 모르지 않을터인데도 그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잘되어야 개인이 잘된다는 현실을 뼈아프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근사한 애국심의 논리도 아닌 이러한 생각은, 실상 죽느냐 사느냐 하는 바닥에서 길어올린 처참한 생존논리인 셈이다. 새해에 나라가 국민에게 해줘야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국민이 나라를 위해 해야할 일을 묻기 전에 말이다. 거창하게 얘기할 필요 하나도 없이 그건, 「살게 해줘야 한다」는 것뿐이다. 역술가가 던져주는 희망이 아닌, 나라가 약속해주는 희망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한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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