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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한국 무리한 금융개방이 환란원인"

【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은 세계 금융시장 자유화 추진과정에서 한국을 주요 목표로 삼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전제로 한국의 시장개방을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지가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은 법적 여건이나 자본시장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금융위기를 겪게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뉴욕 타임스는 지난 15일부터 4회에 걸쳐 「글로벌 전염」이라는 주제로 국제 금융시장의 문제점과 경제위기를 진단하는 시리즈물을 싣고 있다. 시리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 자유화 요구가 아시아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대목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칠레에 대한 개방 압력이 미국 의회의 패스트 트랙(신속처리법안) 통과 반대로 무산된 직후 한국을 시장 자유화의 매력적인 대상으로 생각했다. 96년 6월 20일에 작성된 미 재무부 비망록에 한국은 미 재무부가 추구하는 시장 자유화 우선대상국에 포함돼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은 한국시장을 열기 위해 OECD를 이용했으며, 미 재무부는 비망록에서 「이들 지역(아시아)이 미국 금융산업의 이해가 걸린 곳」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한국은 OECD에 가입하기 위해 당초 계획 이상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한국 정부는 지나치게 빨리 시장을 개방하면 상당수 금융기관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채권 및 주식시장, 단기차관 도입을 개방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외국의 단기자본 시장에 접근함으로써 급작스런 자본 이탈이 있을 경우 패닉 상황에 처할 위험이 커져갔다. 자본 자유화 이데올로기가 본격적으로 증폭된 것은 클린턴 행정부에서다. 클린턴은 대통령 후보시절인 91년 6월 뉴욕 월가 은행들에게 자유 시장의 새로운 세계를 열 것임을 밝혔고, 월가에서 오랜 경험을 갖는 로버트 루빈을 참모로 활용했다. 미 행정부 내에도 급속한 시장 자유화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무부 장관을 지낸 미키 캔터씨는 『금융산업 현대화와 법적 규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개방할 경우 모래위에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 위원장을 맡았던 로라 타이슨씨, 상무부 차관을 지냈던 제프리 가튼 예일대 교수 등은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지낸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는 『금융시장 개방요구를 완화하자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장기 자본시장을 묶어둔 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자본 시장을 개방하는 잘못을 행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은 자본이동 자유화를 진전시키는 내용을 국제통화기금(IMF) 강령으로 채택하도록 요구, IMF가 이를 들어주었다.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IMF 이사회는 96년 7월에 금융시장을 개방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아시아에는 막대한 자본이 흘러들어와 번영을 구가했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금융 공황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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