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식품은 국민 식생활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기술 전쟁에서 뒤처져 소비자들이 한 번 등을 돌리면 다시 마음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식품기업에 신기술은 생존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CJ제일제당 연구소 관계자는 "식품업체의 신기술은 결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맛과 품질, 안전으로 소비자 마음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리온은 이미 2009년 제과업체 최초로 전 공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을 받았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제빵협회의 제조위생감사에서 매해 평점 엑설런트(excellent) 등급 이상을 받고 있다. 이는 원료 입고부터 출하 단계까지 철저한 관리 덕분에 가능했다. 모든 원료가 CVP(원료 공급업체의 식품안전 및 품질관리, 법적사항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프로그램)라는 시스템으로 관리되는데다 원부재료가 반드시 지정된 단일 출입구를 통해서만 공장 내부로 입고되도록 함으로써 이물이 들어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청정구역 진입 시에는 먼지제거 기구를 작동하지 않으면 아예 출입문이 열리지 않도록 하는 등 철저한 품질 및 위생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올해 신규 시장을 세분화해 냉동냉장·음료·성인스낵·즉석간편식 등 틈새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상만의 특화된 기술이 숨어 있다. 간편조리식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안주요리인 '쿠킨'에는 120도 이상 고온에서 빠른 시간 동안 균일하게 열을 가해 식감손상을 최소화하는 ABR(Agitating Batch Retort) 시스템을 적용했다. 7월에 내놓은 냉동한식반찬 '손맛살린 통살산적과 통살완자'는 직접 손으로 포를 뜬 것처럼 원료육을 얇게 절단하는 공법인 '저밈방식'을 이용한 육가공 공법을 새로 개발해 적용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상류층의 사치 기호품 중 하나였던 커피를 대중화해 한국 커피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중심에는 동서식품이 자리해 있다. 인스턴트커피는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한다는 상식을 깨고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 원재료인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했다. 최근 대대적인 품질 업그레이드인 '5차 리스테이지'를 통해 선보인 '맥심' 제품들은 고급 아라비카 원두 사용 비율을 80%로 높였고 동서식품만의 혁신 기술인 프로파일 로스팅(품종이 다르고 작황이 다른 원두를 균일하게 볶아내는 것), 미세한 원두 입자로 최단 시간 저온 추출하는 APEX(Advanced Prime Extraction) 추출공법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남양유업은 커피믹스에 들어 있는 '인' 성분이 칼슘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첨가물 '인산염'을 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인산염을 과일에서 추출한 천연식품원료로 대체하는 데 성공해 특허 출원한 상태다. 남양유업 역시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아라비카 원두 함량을 65%에서 80%로 높여 고급화했으며 원두별 특성에 맞는 로스팅 온도와 조건에 따라 각각 따로 로스팅한 후 원두를 블렌딩해 원두별 특징을 살린 BAR(Blending After Roasting) 신공법을 적용했다.
한국인이 애호하는 맥주에도 최첨단 공법이 집약돼 있다. OB맥주의 '카스 후레쉬'는 특유의 신선하고 톡 쏘는 상쾌한 맛을 위해 '첨단냉각 필터'라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최첨단 기술을 맥주제조에 응용했다. 지난해에는 '카스 후레쉬 캡'을 새롭게 출시해 개봉 시 기존 병뚜껑보다 강하고 청량감 있는 소리를 내도록 사운드 리모델링까지 더했다.
하이트맥주에는 저장부터 여과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하는 아이스포인트 빙점여과공법,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기술인 산소차단공법, 목 넘김 순간에 맥주의 잡미를 제거해주는 핵심 발효기술인 드라이 발효 공법 등 맛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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