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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정국 속의 정상외교

19일부터 2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APEC정상회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 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아세안+3 회의에 이은 두 번째의 다자외교 무대다. 오늘의 한ㆍ미정상회담은 한국의 입장에선 가장 비중이 큰 회담으로 지난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 5개월만의 재회다. 두 정상이 첫번째 만남에서 의기상통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번 만남이 그런 상호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한국정부가 대 이라크 추가파병과 경제지원을 결정한 뒤의 만남이라 분위기는 매우 우호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국익과 한미관계 유엔안보리결의를 종합 검토해 내린 파병결정이지만 국내적인 반대여론도 엄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병의 성격이나 형태 규모 시기 등은 미국의 요청을 고려하되 지속적인 국민여론 수렴을 거쳐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대규모의 전투병 파견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파병결정이 한미동맹의 강화와 함께 북핵문제 해결의 지렛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와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과의 회담은 아세안+3 회의 이후 보름여 만의 재회다. 노 대통령의 양국방문을 포함하면 올들어 3번째의 만남이다. 이처럼 인접 우방 정상간의 만남이 빈번해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 노 대통령과 일ㆍ중 정상과의 만남에서는 6자회담 조기개최 방안이 주요의제가 되겠으나 특히 한일정상회담에선 민간단계에서 연구를 끝낸 한일FTA의 정부간 협상개시를 선언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한ㆍ러 정상회담이다. 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북핵문제 해결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중국에 못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당초 연내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못 맞춰, 내년 중으로 연기된 상태다. 노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연기는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자국의 중요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오해가 있다면 이를 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러시아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한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문제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노 대통령이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재신임 정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에 과민하거나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외교는 국가의 백년대계에 관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의연하게 임해주기 바란다. <인천=김인완기자 i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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