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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값 연초부터 인하 봇물

제조업체들의 가격인하를 이끌어내는 첫번째 요인은 환율 안정.지난해 초 달러당 1,400원대를 넘던 환율이 최근들어 1,200원대를 밑돌며 안정기조에 접어들자 가격인하 여지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초 석유 설탕 밀가루등 원자재 가격이 환율의 급격한 수직상승으로 급등하자 정유및 식품업체들은 일률적으로 제품가격을 환차손만큼 인상했다. 원자재가격이 지난해 1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원자재 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였지만 업체들은 환율불안정과 가격 조정의 어려움등을 들어 가격인하를 유보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를 돌파, 1,100원대에 돌입하고 환율전망도 1,200원대수준에서 안정될 것이 유력해지자 가격인상 유지 명분이 희석된 것이다. 식품업계의 경우 지난해 1월의 원당과 소맥분 가격과 비교해 35%포인트나 내렸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도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도 가격인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물가당국은 지난해 2/4분기이후 물가가 하락추세에 돌입했다고는 하나 실업증가 소득감소 등으로 국민 생활수준이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물가안정에 대한 열망이 어느때보다도 높은 점을 감안, 연초부터 가격인하 여지가 있는 업계에 대해 가격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요인은 세계 곡물시장과 원유가격의 하향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세계적인 수요침체로 곡물가격은 물론 원유등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다. 디플레공황이 우려될 정도로 하락한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최근들어 다소 오르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급등은 없을 것이라는게 국제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IMF상황에서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은 업체들이 올해부터 경기가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사활을 건 시장점유율 경쟁에 벌이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선두와 거리를 좁히거나 선두와의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진 후발주자들이 올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또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정유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을 돌파하자 경쟁적으로 휘발유가격을 인하했다. 최근 국제가격이 미국의 비축물량 부족등으로 다시 13달러선으로 올라갔으나 장기적으로는 1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초들어 가장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는 라면업계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엔대 시장을 돌파, 1조1,300억원대의 시장으로 급성장한 라면업계는 연초부터 시장점유율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40%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한 오뚜기는 연초 이같은 신장세를 올해도 지속하기 위해 연초 봉지면 「열라면」의 판매가격을 480원에서 450원으로 6.3% 가량 내렸다. 이후 콩라면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던 업계 선두주자 농심과 시장점유율 빙그레도 각각 자사의 콩라면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라면업계의 이같은 가격인하 경쟁은 제과업계로 옮겨 붙었다. 크라운제과가 연초 제과업계로서는 제일 먼저 가격인하 선언을 했다. 지난해 부도가 나 화의조치로 기사회생한 크라운 제과는 12일 할인점에 납품하는 벌크제품(양을 기존제품보다 크게 한 제품)의 가격을 14% 인하했으며 500원짜리 통상제품도 그 양을 늘려 가격인하 효과를 내는 중량조정을 했다. 롯데와 해태제과도 이달들어 비스킷과 아이스크림류의 가격을 내렸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9월이후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3종류에 대한 가격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연초에도 하비스트등 비스킷 2종류와 맥스등 아이스크림 3종류의 가격을 각각 인하했다. 해태제과도꼬네트등 건과제품 2종류와 군고구마 유제품 1종류의 가격을 각각 10%이상 내렸다. 롯데제과의 관계자는 『가격인하한 제품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격인하 여지가 있는 제품들을 전부 검토해서 직접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거나 중량조정을 통한 간접 가격인하조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등 제조업체들의 이같은 가격인하 바람은 원재품 가격의 인하와 환율안정이라는 외적 요인과 업계의 시장점유율 경쟁이라는 내부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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