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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3부. 기업 맘껏 뛰게 하라 <5> 규제완화해야 기업천국된다

대통령도 확 풀라는데… 정치권선 왜 툭하면 대못박나<br>정년연장·대체 공휴일 등 갈수록 기업 옥죄 부담가중… 선진국은 혜택 늘려 대조<br>세제 등 인센티브 법제화… 정책 불확실성 제거 통해 기업 U턴·투자 유도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에게 기업들이 용기를 갖고 시장을 개척하면서 투자와 채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경제DB



"지금 기업들이 세계 경제와 안보 상황 때문에 굉장히 힘듭니다. 규제를 확 풀어서 투자가 많이 돼야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국민들도 그걸 볼 수 있지, 그냥 찔끔찔끔해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규제완화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이 같은 발언은 기업들이 용기를 가지고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와 채용을 이어갈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을 '기업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간절한 소망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환경은 박 대통령의 뜻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정년연장ㆍ대체공휴일 제도 도입 등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까지 공개해 여론의 비난 대상으로 삼는 법안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경제계는 인식과 제도를 개조해 한국을 기업들이 창의력과 열정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업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각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시행해 기업천국을 만들려는 반면 한국은 정치권이 나서서 기업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며 "세계 경기 불황이 이어져 투자와 고용을 위한 용기를 북돋워줘도 모자랄 판에 경제민주화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산업계의 활력을 저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정부, '기업 모셔오자'=실제 세계 각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한파를 경험한 후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고안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성장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각국의 투자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신흥국들도 포스트 차이나 생산기지를 노리고 글로벌 제조업체들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아웃소싱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을 줄이고 돌아오는 기업들에 세제혜택을 확대할 방침이다. 연방법인세를 35%에서 28%로 낮추면서 동시에 복잡한 세금감면 규정을 정리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6%에서 2020년 20%로 높이는 것으로 목표로 한 신산업정책을 제시했다.

한국도 U턴 정책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이전을 장려하고 있다. KOTRA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U턴 기업 지원센터를 마련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에서 다시 들어오고자 하는 기업들에 정보지원과 부지물색 등을 도와주고 있다. 이에 지난 1년 동안 25개의 해외진출 중소기업이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이전 양해각서(MOU)를 맺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근본적인 국내 환경은 여전히 척박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수십년간 국내 설비투자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에는 0.9%라는 초라한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 구조가 급격히 변화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제 성장 원동력 확보 차원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한국 기업 U턴, 무엇이 가로막나=이 같은 설비투자 증가율 감소가 순수한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반기업정서와 기업규제ㆍ관치와 같은 정책적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 등록 규제는 2009년 말 1만1,050건에서 지난해 말에는 1만3,914건으로 3년 동안 무려 3,000건 가까이 급증했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규제자유도 순위에서 한국은 2009년 98위에서 2010년 108위, 2011년 117위로 거의 최하위권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규제증가는 설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늘어나 투자부진이 심화되는데도 규제 관련 각종 지표들이 더욱 악화되며 설비투자 회복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계 및 학계에서는 기업투자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전향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초점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점과 제조기지로서의 종합적인 매력도를 높이는 점이다.

우선 기업이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환율변동이나 투기적 외국자본의 영향력, 정책의 일관성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신정부의 경제부총리가 나서 투자촉진을 위한 법안을 신속히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생산거점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파고들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중국 진출 기업들의 경우 임금인상과 이익집단 확산, 외국기업 대상 반감 확산, 기술유출 우려, 품질저하 등 각종 유무형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정책방향도 간접비용을 줄여주고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제조기반 강화에 둬야 한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선진국 제조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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