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상환예산을 경기부양과 복지용으로 돌려 쓰려던 정부와 열린우리당 일각의 방안이 검토도 제대로 해보기 전에 유야무야될 조짐이다. 공적자금 상환예산 전용을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데다 여당 측도 ‘일부 의원의 생각’이라며 사실상 백지화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18일 재정경제부와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옛 대우 계열사 지분을 판 돈으로 정부의 공적자금 상환용 예산을 대체하는 것은 공적자금상환기금법에 따라 기금을 청산해 정부 출자분만큼 분배를 받거나 법을 바꾸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 2002년 말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세울 때 공적자금 총 투입액 159조원 가운데 97조원은 갚아야 할 채무로 산정한 상황. 이중 예금보험공사와 캠코가 자체적으로 갚기로 한 금액이 28조원으로 나머지 69조원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과 금융기관 기여금으로 갚기로 했다. 따라서 캠코 입장에서는 옛 대우 계열사 지분을 팔아서 2002년 대책수립 때 스스로 갚기로 약정했던 상환금액부터 먼저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며 이후 남는 돈이 있다면 정부 국고에 넘겨줄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ㆍ대우인터내셔널ㆍ대우조선해양 등 옛 대우 계열사들의 가치가 올라갔더라도 현 단계에서는 매각 종료 시기나 매각대금 등에 대해 미리 확정하기가 불가능하며 적어도 오는 2008년 공적자금 상환계획을 다시 계산할 때가 돼야 정부 재정부담분과 캠코ㆍ예보 부담분 등을 재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옛 대우 계열사 매각대금에서 일정 금액을 먼저 분배받으려면 아예 공적자금상환기금법을 고치거나 기금을 청산해야 하는데 기금청산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여야 합의를 통해 법을 고치는 작업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형편이다. 특히 공적자금상환기금법은 정부가 성실히 공적자금을 갚아야 한다는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부가 공적자금 상환용으로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법의 기본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전용 방안이 이처럼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러가자 당초 방안을 꺼냈던 여당 내부에서도 거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TV 방송에 출연, 공적자금 상환예산 전용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이야기이며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저출산ㆍ고령화대책 등을 위한 예산 만들기 구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고 정부의 재원 마련작업은 더욱 꼬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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