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임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고전을 거듭했던 LG그룹주에도 봄이 찾아오는 것일까.
오랜 기간 동반 부진에 빠져 있던 LG그룹주들이 올 1·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LG그룹주는 전자·정보통신·화학 등 주력 계열사는 물론 LG생활건강 등 소비재 부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종목에 걸쳐 주가가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 이익성장을 기록한 ㈜LG가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는 올해가 LG그룹주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그룹주는 전날 대비 소폭 하락한 LG전자(-0.29%)와 LG디스플레이(-0.35%)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LG그룹주의 동반 부진 속에서 단연 성장세가 돋보인 LG이노텍은 1.39%(1,500원) 오른 10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LG생활건강은 5.19%(23,500원) 오른 47만6,000원에 거래를 끝냈고 LG하우시스(0.60%)와 LG생명과학(0.40%)도 소폭 올랐다. LG화학(26만1,000원)과 LG상사(30,500원)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LG그룹주는 그동안 주력인 LG전자의 부진이 깊어지며 'LG전자 부진→㈜LG 이익성장 둔화→기타 계열주 주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LG의 순자산가치 중 17%를 차지하는 LG전자는 전체 그룹의 주가흐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시장 과열로 인한 매출과 수익 감소 우려가 높아지면서 11일 3년 만에 주가 6만원선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위권을 유지하던 시가총액 순위도 21위까지 떨어졌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도 2010년 이후 3년째 주당순이익(EPS)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LG의 주당 EPS는 5,098원으로 2010년(8,700원)과 비교하면 41% 역성장이다. 다른 그룹주들의 상황도 비슷해 LG화학·LG생활건강·LG상사 등 기타 계열사의 주가는 올 초 대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LG그룹주들은 3월 초를 기점으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LG화학·LG생활과학 등 계열사들의 주가는 약속이나 한 듯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그룹주들이 그동안 저평가돼 있었던데다 올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커진 것이다.
LG그룹주 동반 부진의 원인을 제공했던 LG전자의 1·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4% 증가한 3,684억원으로 당초 시장전망치(3,000억대 초반)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 역시 14조5,804억원으로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ED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LG이노텍이 연결기준실적에 반영되고 TV사업부문 영업상황이 개선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2·4분기에는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도 예정돼 있어 LG전자의 주가는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LG전자 주가는 3월 초 대비 13.7% 올랐다.
계속된 엔화 약세로 고전했던 LG화학도 엔화 약세에 대한 내성이 쌓이면서 과거의 프리미엄을 복원하고 있다. LG화학 주가는 이날 보합세를 기록했지만 3월 초 대비 3% 상승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LG화학은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데 지난해부터 계속된 엔저에 내성이 생겼다"면서 "엔화 약세라는 독이 원가 절감의 약이 돼 2·4분기부터는 성수기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생활건강 주가 역시 3월 대비 각각 18.95%, 3.59% 올랐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애플사로부터 '애플워치'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1,200만대 주문을 받은 데 이어 TV 패널가 상승이라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2·4분기 실적이 24%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은 주력인 전자·정보통신업종이나 화학업종 중에 한 계열사의 실적만 크게 개선되면 지주사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 LG그룹주들이 바닥을 치고 있는 만큼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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