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밀가루 수요업체인 SPC그룹이 밀가루 생산업체로 급부상하면서 제분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1일 제분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창립 67년만인 올해 자체 생산한 밀가루만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 SPC그룹은 그동안 CJ제일제당 등으로부터 밀가루를 구입했지만 CJ제일제당이 제빵사업에 뛰어들면서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되자 지난 2008년 7월 우리밀(국산용 밀가루) 가공업체인 밀다원을 인수해 제분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인수 후 밀다원은 주력이었던 우리밀에서 수입밀로 제품군을 늘렸으며 인수 당시 4만톤 수준이던 제분 생산능력도 지난해 14만톤까지 증대됐다. 밀다원은 약 1,000억원을 들여 생산설비 증설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약 20만톤 수준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예정이다.
SPC그룹 내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삼립식품 등은 현재 밀다원의 생산량 14만톤 가운데 70% 정도는 사용하고 30%는 다른 제분업체로부터 사오고 있는데 20만톤 수준으로 증산이 마무리될 경우 '밀가루 완전독립'이 실현된다.
업계에서는 SPC그룹이 밀가루를 자급하게 되면 국제 밀 값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과 수급불안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샤니, 삼립식품 등 양산 빵 제조 계열사는 저가의 수입 밀가루를 쓴다는 오명도 벗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밀다원이 연산 20만톤 체제를 굳히게 되면 국내 제분시장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제분 시장은 1970~80년대 30개 가까운 업체가 난립했다가 치열한 경쟁을 거친 후 현재 8개사로 정리된 상태다. 밀다원의 증산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전통의 강호 삼양사를 제치고 단번에 업계 4위로 부상한다. 특히 공장을 풀가동할 경우 남은 양은 국내 시장에 풀리게 돼 기존 제분업체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밀가루 수요기업이던 SPC그룹이 생산업체로 부상하는 셈"이라며 "기존 업체에게는 수요처 감소에다 경쟁자 등장이라는 이중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3 제분업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뚜레쥬르'가 있고 대한제분은 '아티제'를 인수하면서 안정된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제분ㆍ동아원은 이희상 회장이 제과 명장들과의 친분 관계를 활용해 동네빵집들과 접점을 찾는 틈새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중하위권 제분업체들의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는 중하위권 업체들이 새로운 수요나 협력선을 찾지 못할 경우 추가로 업계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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