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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경제 버팀목마저 `흔들`
입력2003-09-21 00:00:00
수정
2003.09.21 00:00:00
김영기 기자
`북핵→이라크 전쟁→물류대란→사스→노사분규→태풍→환율 급락`
겹겹이 드리워진 악재가 끝나기도 전에 수출기업들이 또 한번 고비에 부닥쳤다.
소비, 생산, 투자가 모두 죽을 쑤는 가운데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환율 하락으로 심각한 위협에 처한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원고(高)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달러당 1,100원까지 내려앉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가격경쟁력 심각한 위협= 이승철 전경련 조사본부장은 “경쟁국에 비해 원화 가치의 절상 속도가 빠르지 않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기업들이 그나마 수출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급락으로 당장 기업들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를 만회하려고 가격을 올리다 보면 수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원화 강세 기조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자금의 계속되는 주식시장 유입에다
▲중공업 업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달러 물량 출회
▲엔화 강세
▲위안화 평가절상 압박 등 원화 강세 요인들이 널려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딜러는 "당국의 개입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딜러들은 환율의 상승반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고(高)피해 속속 현실화=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떨어져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줄파업에 이어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는데 바이어들이 제대로 눈길을 주겠느냐(전자 업체 수출담당 임원)는 하소연이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수출` 국면에 들어섰다. 80~90%를 수출에 의존하는 화섬업계는 중국에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어서 환율이 조금만 더 떨어져도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울상이다. 조선업체도 환율 하락분이 통째로 수익악화로 연결돼 벌써부터 3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형국이다.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광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P사는 "다음달 중 1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하려 했지만 수억원의 손실이 뻔해 네고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의 중소 섬유업체 사장은 "주5일제 실시까지 앞두고 있는 마당에 환율조차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길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들 비상 대응책 착수= 삼성ㆍ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짜면서 기준환율을 달러당 1,100원대까지 낮춰잡았으나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대세로 굳어지자 보다 근본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해진 것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환율 변동에 대비해
▲환 헷지
▲유로화 결제 비중 확대
▲외화 차입금 확대 등 전형적인 전략을 세워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의 경우 해외 생산비중을 연내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유로화 결제 비중도 연말까지 30%대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현대ㆍ기아차도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를 가속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방식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코오롱 등 섬유업체들도 우선 비상경영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되, 미국외 지역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고가 제품 출시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김영기기자, 한동수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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