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수출 강국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해외 조달시장에서는 아직도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부문에서는 후진국에도 못 미치는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해외 조달시장이란 세계 기구나 각 국가 정부가 발주하는 상품 및 서비스시장 등을 뜻하며 그 규모는 급팽창 중이다.
25일 지식경제부와 KOTRA에 따르면 대표적 글로벌 기구인 유엔 조달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0.2%에 불과했다. 이는 193개 국가 가운데 59위에 불과하다. 인도(5.1%), 아프가니스탄(3.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유엔의 연간 조달시장 규모는 지난 2007년 100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42억달러까지 늘었다. 주요 조달품목은 상품의 경우 식품ㆍ의약ㆍ차량, 서비스의 경우 항공ㆍ물류ㆍ컨설팅 등이다
유엔 조달시장은 처음에 진출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진출하고 나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관계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우리 기업인 유니더스는 1986년 유엔인구기금(UNFPA)에 콘돔 2만개를 납품한 이래 20년이 넘도록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대형 자연재해와 국지적인 분쟁이 계속되면서 유엔 조달시장의 성장세도 지속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보 부재, 마케팅 한계 등을 이유로 글로벌 조달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유엔 벤더기업 9,000여개 중 한국 벤더 수는 130개에 불과하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벤더 등록에서 입찰까지 평균 1년반에서 2년이 소요되지만 한국 기업 대다수가 1년 내 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HP와 일본의 도요타ㆍ닛산 등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유엔 조달시장을 자사 기업 및 제품 브랜드 제고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들도 이 같은 전략적 접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글로벌 조달시장 확대를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해외 조달시장 입찰정보 제공에서 금융지원까지 패키지 지원을 통해 오는 2013년까지 유엔 조달시장 진출 기업을 300개 육성한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 조달시장이 블루오션 시장으로 인식돼왔지만 생소한 절차와 정보 부족,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관심과 진출 실적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별로 분산된 지원대책을 통합하고 우리 기업과 발주처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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