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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우리 실정에 맞는 `스탠더드' 만들자
입력1999-01-03 00:00:00
수정
1999.01.03 00:00:00
韓相春(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글로벌 스탠더드란 현재 세계인들이 하나의 지구촌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표적인 아젠다이다. 이제는 경제영역을 뛰어넘어 정치,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준거가 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모색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관심을 끌었던 「제3의 길」도 점차 보편적인 정치이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공정한 경쟁기반」이란 명분하에 환경, 노동, 기술, 부패에 이르기까지 국제 규범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는 어떤가. 글로벌 스탠더드는 새로운 천년의 세계질서의 패러다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 정책과 기업활동의 기준, 국민들의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깊숙히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들이 생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제인 것이다.
그런 만큼 능동적인 사고의 전환과 구체적인 준비가 있어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97년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의 본질에 대한 이해없이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金泳三)정부가 말로는 국제화·세계화를 요란하게 외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행동과 실천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IMF체제에 접어든지 2년째를 맞는다. 지난해 어느정도 해결한 외환위기를 바탕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만일 구조조정이 외형을 변화시키는 하드웨어의 변화에 그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규범이나 관행 등 소프트웨어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물론 현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대내적으로 「민주적 시장경제원리」와 함께 대외적으로 「보편적 세계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극 부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는 우리가 당장 적용해야 할 기준이 아니라 앞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수용여부는 개별국가의 발전단계나 준비정도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또 하나는 글로벌 스태더드는 선험적인 개념이 아니라 후행적인 개념이라는 것.
따라서 그때 그때의 국제 역학 관계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항상 달라질 수 있다. 90년대 들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메리칸 스탠다드로 변질되고 있다는 시각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무조건 좋고 지켜야 한다는 관념은 버려야 한다. 만일 우리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구체적 준비없이 수용 할 경우 경제주권 훼손과 국부유출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된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의 선진국 베끼기식 정책운용과 외국인 중시 풍조는 지양돼야 한다.
결국 21세기를 목전에 둔 올해는 국제사회에 통용되면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와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세계 성장 대열에 동참하면서도 「세계속의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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