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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설비 감축 지속돼야
입력2002-10-22 00:00:00
수정
2002.10.22 00:00:00
지난 9월 중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회의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촉구하는 이슈는 세계 과잉설비 감축을 위한 중단 없는 이행이다. 당분간 전세계 조강 설비능력을 10억6,000만톤 수준에서 크게 변화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망은 지난 상반기 중 나타난 급격한 철강경기 회복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치상으로는 올해 세계 강재수요량이 전년대비 3.5% 증가하는 7억5,800만톤, 내년에도 2.8% 증가하는 8억5,000만톤으로 내다보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증산이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불황극복을 위해 보여줬던 감산의지가 최근 들어 수요증가로 무색해지는가 하면 부실기업의 설비폐쇄계획도 유야무야(有耶無耶)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 조사에서도 지난해 연말 세계 조강설비 가동률이 87.3%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에는 97.9%로 크게 오르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가 98년 이후 최대 호황으로 증산의 열기 속에 휩싸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연초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치솟던 세계 철강가격은 4ㆍ4분기에 접어들면서 한풀 꺾이는 모습이며 아직은 냉연강판 및 도금강판을 중심으로 톤당 20~30달러 정도가 한차례 더 오를 기세이나 공급이 늘면서 더이상의 가격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철강경기 회복이 늦어졌던 유럽에서도 판재류 업계의 인상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도 거래량에 따라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이다. 철근ㆍ형강 등 전기로 제품의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건설 시즌이 지나감에 따라 당분간 수요증가는 여의치 않다. 국내에서도 97년 IMF 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조강설비의 10% 이상을 폐쇄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봤으며 앞으로도 시장원리에 의한 비효율적 과잉설비에 대한 감축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중 나타난 철강경기의 호황이 자칫 우리 업계의 과잉설비 감축의지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반기 중 우리업계는 내수급증(15.8%, 2,140만톤)으로 97년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가동률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봉강업계는 98%의 가동률을 보였지만 수요급증을 해소하지 못해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낳았다. 일부 법정관리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철강업체도 정상가동을 하는 등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철강경기 회복세가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철강경기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신중함과 기민성이 요구되며 그동안 추진해온 비효율적 비경쟁적인 과잉설비감축 노력을 늦춰서는 안된다. 이제 과잉설비 감축문제는 세계 철강업계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철강경기 호황 때마다 유휴설비를 재가동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낡은 설비까지지 돌리면서 증산의 열기를 토해내고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잉설비감축 문제는 설비감축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치유하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설비를 줄이더라도 다른 쪽에서는 정부지원을 받으며 비경쟁적 설비를 가동하거나 신설한다면 세계적인 감축계획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OECD에서는 정부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병행, 12월에 있을 제5차 OECD 고위급회의에서는 철강교역규범 협상타결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잉설비 삭감 및 정부보조금 폐지는 더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이번 만큼은 모든 참가국의 적극적인 협상타결의지와 함께 다각적 협력이 적극 요구된다. 게다가 민간 업계에서도 국제철강협회(IISI)를 중심으로 정부간 협상타결의 조속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박건치<한국철강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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