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총 2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다. 이 가운데 2조2,000억원은 이미 내부 유보자금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했으며 이번에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3,000억원을 추가 조달하기로 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16일 이사회에서 “현대상선이 주축이 돼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겠다”며 “지난해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자금을 준비해왔으며 이번에 3,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총 2,000만주의 상환우선주를 주주우선배정 방식으로 발행, 이를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내부 유보금 및 계열사 자금 1조5,000억원과 상반기 유상증자(4,200억원) 및 회사채 발행(4,300억원)으로 조성한 8,500억원 등 총 2조3,500억원에다 이번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할 3,000억원을 포함, 회사경비를 제하고 총 2조5,200억원의 현금을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외부 투자자들을 확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를 유치, 투자비중을 10% 이상으로 올리면 현대건설 인수에 최대 걸림돌로 예상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날 오후 현대아산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등 여당 관계자들에게 “(핵실험 이후) 고민도 많았고 방향을 못 잡아 앞날이 컴컴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사업을 착실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은 물론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편 현대그룹과 현대상선 지분경쟁을 벌여온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측이 이번에 발행되는 상환우선주 매입에 동참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양측이 상환우선주을 사들이면 현대상선 지분 및 현대건설 인수 뜻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상반기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당시 불참을 요구했던 현대상선 요청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에 응했다.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해왔던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현대상선 상환우선주 발행에도 참여할 게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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