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대규모 펀드 환매로 자금줄이 마른 중소형 운용사들이 틈새 상품을 내놓거나 기관 자금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펀드에서는 7조3,000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주식형에서 6조원,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1조3,000억원 넘는 돈이 이탈했다. 최근 지수가 2,000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일부 자금이 유입되는 등 환매 강도는 약화됐지만 자금 이탈은 여전한 실정이다.
펀드 자금이 이처럼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린 중소 운용사들은 이전과 다른 틈새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동부자산운용은 최근 '변동성지수'를 활용한 레버리지펀드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 펀드는 V-KOSPI200지수를 활용해 시장을 불안정, 일반, 안정 3개 상황으로 나누고 상황 신호에 따라 레버리지 비율을 0.3%, 1%, 1.8%로 조절하는 구조화 펀드다.
유리자산운용은 한 동안 사라졌던 '스타 매니저 펀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펀드매니저 서바이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김현욱 주식운용본부장이 운용하는 '유리국민의선택증권펀드'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이 펀드는 요즘 흔치 않은 단위형(일정기간 동안만 자금을 모집해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로 설정돼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중형 운용사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은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연계펀드(ELF), 분할매수펀드 등으로 이탈 자금을 다른 창구로 끌어올 여력이 되지만 중소형사들은 그러기 힘들어 틈새 상품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며 "하지만 이 역시 '지나치게 튀는 구조'로 갈 경우 투자자들이 오히려 기피하게 돼 고민이 많다"고 설명혔다.
기관 자금을 따내기 위한 중소 운용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관의 위탁운용사 선정은 대체로 매년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 이뤄지는데 개인자금이 뚝 끊긴 올해는 운용사들의 구애가 한층 치열해졌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평이다. 리테일이 거의 안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집행 여력이 있는 곳이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들 밖에 없고, 이렇다 보니 이들에 영업을 집중할 수밖에 게 된 것이다.
특히 신상품을 출시해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고, 금융당국의 '자투리 펀드 청산' 강화에 론칭조자 힘든 상황에서 중소운용사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제안서 작성 기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에서 선정한 주식과 채권 위탁운용기관에 동부, 마이애셋, 플러스 자산운용 등 중소형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국내 펀드시장이 5년째 기근에 허덕이자 중소형 운용사들 중 올해 고사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져 이다”며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앞으로 운용사들의 살길 찾기는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