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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자금난 갈수록 심화] 은행돈 넘쳐도 대출 꿈도 못꿔

“사정은 딱 하지만 신용이 있어야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 경기침체 등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추석을 2주일여 앞두고 발이 닳도록 은행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추석자금특별대출`이란 명목으로 그나마 연례행사처럼 쏟아졌던 은행권의 `생색내기용` 자금지원도 요즘에는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다. 상반기 연체율 증가와 경영실적 악화로 우량 중소기업이 아니면 오히려 여신관리를 강화해야 할 판이라는 게 은행권의 생각이다. 따라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올 추석은 고사하고 연말까지도 힘든 하루하루를 넘겨야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자금지원은 생색용=과거 2~3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추석자금특별대출은 이제 일부 국책은행과 지방은행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올해도 기업은행이 2,000억원,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 정도의 지원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시중유동성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신용도의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며 “우량 중소기업은 자금수요가 별로 없고 부실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은 신용이 없어 대출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추석자금특별대출이라고 이름만 붙여봐야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에게 은행돈은 어차피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중소기업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은행들이 이처럼 중소기업 지원을 꺼림에 따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7월 말까지 부도로 쓰러진 기업은 총 3,047개로 작년 같은 기간의 2,346개에 비해 30%(701개)가량 늘었다. 한 달에 435개의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더욱 몸을 사릴 뿐이다. 올들어 중소기업 연체율이 갈수록 증가하자 오히려 여신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개인이나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특히 자영업자 같은 영세사업자의 대출부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여신관리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보강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없으면 내부 대출심사를 통과할 기업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은행권이 대출위험을 떠안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도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정책금융을 좀 더 활성화하는 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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