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천억대의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가입 절차에서 받은 개인정보활용 동의를 근거로 제휴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해 수수료 등을 편취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합법적인 정보활용이라고 항변하지만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소비자 가운데 정작 자기 정보가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을 아는 회원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카드사들은 100~150여 기관들과 정보제공 제휴를 하고 있다. 제휴처는 은행연합회나 여신금융협회 같은 개인정보 집적기관과 보험사·영화관·통신사 등과 같은 영리기업들인데 카드사들은 이 중 영리기업들과 여러 형태의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름은 마케팅으로 포장됐지만 개인정보 장사나 다름없다.
카드사들은 보험사나 증권사·캐피털 같은 금융사들은 물론 홈쇼핑·온라인쇼핑몰·여행사 등처럼 텔레마케팅(TM) 사업 비중이 높은 곳과 다양한 형태의 돈장사를 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보험사와의 공동 마케팅으로 대다수 카드사들은 생보·손보사들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방식은 카드사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보험사에 일괄 제공해 보험사가 TM에 활용하는 방안과 보험사로부터 보험판매 위탁을 받은 뒤 DB를 활용해 보험을 판매(카드슈랑스)하는 방안 등 두 가지다. 전자의 경우 보험사가 카드사 DB를 구입해 TM 영업에 활용한다. 비용결제는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지는데 신규 고객 유치에 따른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보험사는 건당(저축성보험 기준) 초회 보험료의 100~300%를 카드사에 성공보수로 지급한다. 1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면 성공보수로 약 10만~30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DB 구매단계에서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 1건당 가격을 300원이라 가정하고 20만개를 구매하면 6,000만원을 일괄 지급한다. 카드사는 DB 제공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보험판매업도 대행한다. 카드사는 자사 DB를 활용해 TM 영업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성공보수로 초회 보험료의 15~20%를 수수료로 떼간다. 지난해 카드슈랑스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15%만 떼도 2,250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해욱·임세원 기자 spoo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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