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경영 철학은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로 요약된다. 호랑이의 눈으로 살피되 황소 걸음으로 신중하고 끊임없이 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영 키워드대로 강 행장은 금융 위기 이전 은행권이 자산 확대 경쟁을 벌일 때 황소처럼 꿋꿋하게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강 행장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 그룹의 리더로서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구축하는 한편 글로벌 플레이어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내실 다져 힘 비축 강 행장은 지난 2004년 11월 국민은행장으로 취임 당시부터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은 단순히 외형이 크거나 해외 진출이 활발한 게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자산 건전성, 고객 만족, 수익성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너도나도 해외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금융위기 이후 가시화됐다. 연체율의 경우 2004년 9월말 3.26%로 다른 은행보다 훨씬 높았으나 2009년 3월말에는 1.05%로 은행권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3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13.16%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신용등급도 상향조정됐다. 국민은행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로부터 'A', 피치사로부터 'A+', 무디스로부터 'A2'를 받아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3개 기관으로부터 국가 등급과 동일한 신용등급을 받았다.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강 행장이 온 힘을 기울인 것은 고객 만족 경영이다. 이를 통해 다른 은행보다 고객이 많아 상대적으로 불친절한 은행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주관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2004년 6위였던 게 2006~08년 3년간 1위로 뛰어올랐다. 강 행장 본인도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부문이 바로 고객만족도를 높인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측의 설명이다. ●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 시동 강 행장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금융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경영 혁신 운동으로 '뉴 스타트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효율ㆍ스피드ㆍ현장ㆍ창조경영을 복합해 국제 수준의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과 금산분리 완화, 녹색 뉴딜 등 새로운 흐름에 맞춰 시장 선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복합금융그룹의 선두 주자로서 제역할을 하겠다는 게 강 행장의 복안이다. 우선 녹색 금융시장에서 신사업 발굴을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녹색 상품 개발 등을 통해 녹색경영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한편 친환경 대표은행으로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고 있다. 강 행장은 올해 1월부터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에 적극 나서는 한편 소외계층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도 최우선 경영 화두로 건전성 관리와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 등 리스크 관리를 설정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통화 추세와 아시아 경제의 급성장에 대응하면서 국내 은행 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적으로ㆍ문화적으로 가깝고 경제성장이 빠른 CIS권ㆍ중국권ㆍ남아시아권을 축으로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국민은행의 핵심 역량과 특성에 맞게 해외 진출 전략도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007년 중국 광저우 지점, 카자흐스탄 알마티 사무소,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 우크라이나 키예프 사무소를 개설했고,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 6위 은행인 BCC를 인수했다. 또 올 5월에는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특히 BCC 지분 인수는 국내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 규모 가운데 가장 큰 데다 경영 참여를 통해 국내 핵심 역량을 이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중앙아시아의 선도은행으로 발전시켜 해외 진출의 모범 사례로 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亞최초로 10억弗 규모 커버드본드 발행 글로벌 금융 불안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던 지난 5월7일 국민은행은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모기지담보증권(MBS)과 비슷하다. 하지만 발행 은행이 해당 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대출채권도 은행 장부에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 다르다. 유럽에서 일반화됐지만 국내 금융회사가 발행하기는 처음으로 국민은행이 새로운 외화자금 조달창구를 개척한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5월14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은행이 정부 보증 없이 커버드 본드를 발행했는데 이는 아시아 최초인데다 연 7%라는 낮은 금리여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커버드 본드 발행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경색으로 투자자 유치를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국민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해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았는데 당초 기대보다 낮은 'AA', 'Aa2'를 각각 받은 것도 악재였다. 더구나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탓에 커버드 본드 발행을 위한 법적 기반도 없었다. 이 때 강정원 행장의 뚝심과 돌파력이 빛을 발했다. 강 행장은 현행법 내에서도 발행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을 설득해 유동화계획 승인을 얻어냈다. 또 해외로드쇼에 이례적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담당자를 참석시켜 해외 투자가들을 안심시켰다. 결국 청약 과정에서 발행액의 6배에 이르는 60억 달러의 주문이 몰리면서 대성공으로 끝났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이 정부 보증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강 행장의 의지가 결과적으로 새로운 해외 자금조달 수단을 발굴하는 한편 자체 신용으로 해외공모채권을 성공시켜 정부 부담도 줄인 셈이다. He is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30년 경력의 국내 금융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어릴 때부터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홍콩 국제학교에서 고교 과정을 마쳤다. 대학과 대학원도 미국에서 졸업했다. 이후 1979년 미국 씨티은행 본사에 취직했다가 83년 뱅커스 트러스트은행으로 옮겨 한국 대표 등을 역임했다. 99년부터 5년간은 도이치뱅크 한국 대표를 지냈고,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역임하다 2000년 서울은행장 공모 응모해 은행장으로 첫발을 디뎠다. 덕분에 '외국계 은행 출신으로 최초의 국내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정부에서 외국 헤드헌팅회사를 통해 뽑은 최초의 CEO'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얻었다. 서울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영 정상화와 매각 작업을 동시에 성공시킨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11월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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