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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특급'과 무한요금
입력2002-07-01 00:00:00
수정
2002.07.01 00:00:00
실로 '지난 6월은 행복했네'다.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을 수천만 명의 승객이 '행복특급'에 동승해 즐거움을 보냈으니 보통 여행이 아니다.
그것도 갈등 많고 근심 많은 나라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사건의 차원을 넘은 '사변'이다. 입장료 비싸게 내고 간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운동장 밖에서 고함치며 만세 불러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 쪽은 뭔가 값을 치러야 할 판이다.
그야 히딩크 불러오고 경기장 만들어 판을 벌리는데 들어간 돈이 국민의 세금이니 선금을 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온갖 즐거움을 한 달 동안 맛보여 준다면 아마 누구도 '행복특급'에 특별요금을 낼 용의가 있을 듯 싶다.
각도를 달리하면 즐거웠던 날에 대한 보상을 이미 톡톡히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응원 열기에 모두가 들떠 헛 장사를 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 이웃의 치과의사는 예약된 손님들이 모두 날짜를 뒤로 미루었다고 했다. 자기도 중계가 있는 날은 손님을 잘랐으니 피장파장이라며 웃었다.
택시기사도 마찬가지. 한달 동안 영업시간이 단축된 것까지는 좋은데 '붉은 악마들'이 덮치는 바람에 차체가 망가지는 피해를 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결국 다른 사람의 '행복특급' 요금을 대납한 희생자들인 셈이다. 그래도 지난 한 달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했던지 불만이 없다.
시장경제란 화폐를 매개수단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정되는 가격에 따라 사고 파는 개념이다. 지불의 대가로 자기 소유가 되는 것이 있고 개인적 서비스를 받는다.
영화나 연극 스포츠처럼 관객이나 관중이 단순히 즐거움만을 제공받고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관전의 즐거움에서 끝나지 않았다.
엄청난 군중에게 온갖 이성 감성의 자유로운 분출과 무한 논평의 기회를 제공했다. 인간 심성에 감동을 주는 생산물의 값이야말로 손에 잡히는 건 없어도 무한수렴일 것 같다.
지난 한 달 '행복특급'에 같이 탄 4700만이 각자 만원씩 승차요금을 낸다면 4700억원이요 10만원씩이라면 4조7000억원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학에서는 고객감동이 전략적 요소가 되고있다. 성공한 몇 편의 영화는 감성의 코팅으로 공전의 관객 동원 기록을 깼다.
다양한 인간의 심성은 이제 시장경제학의 또 하나의 표적이다. 사회 문화적 차원의 큰 이벤트들이 개발되었으면 싶다.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것을 만들어 내어 무한 가치의 욕구 충족을 하게 되니 이쯤이면 시장경제를 뛰어넘는 '무엇'이 아닐 수 없다.
/손광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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