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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잇단 대출억제] 영세업자ㆍ서민층 돈줄 막힌다
입력2003-01-07 00:00:00
수정
2003.01.07 00:00:00
조의준 기자
삼성캐피탈이 대출카드 발급기준을 강화한 것은 사실상 `대출카드를 통한 신규대출을 중단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다른 금융사에서 5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지 않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굳이 삼성캐피탈에서 대출전용카드를 발급 받지 않아도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할부사들이 삼성캐피탈의 이번 조치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다른 할부금융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삼성캐피탈 마저 몸을 사리기 시작했는데 자산건전성이 떨어지는 다른 할부사들이 가계대출을 풀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 가계대출 영업에 몰두했던 서민금융기관 등 2금융권의 다른 금융사들도 대출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모든 대출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새해 벽두의 이런 변화가 신용도가 낮고 대출을 많이 쓰고 있는 서민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심각한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민층 돈줄 막힌다= 삼성의 강화된 기준이 다른 할부사로 확산될 경우 주부와 일용직근로자 등 서민층이 대출카드를 발급받아 연리 20%내외의 이율로 이 카드를 발급 받아 돈을 빌리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일용직 근로자들과 주부의 경우 연소득이 1,200만원 이상인 것을 증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 금융권을 통틀어 가계대출이 500만원 이하인 가구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량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 그것도 기존 대출거래가 거의 없는 새내기들만을 대상으로 한 극도의 보수적인 영업이 전개되는 것이다.
삼성캐피탈이 지난해 11월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하론패스 이용고객의 66%가 자녀 병원비와 소규모 장비 구입 등 생활ㆍ사업자금 용도로 대출금을 이용하는 등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들이었다. 이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할부사 가계대출 기로=지난 2000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삼성캐피탈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해 10월 현대캐피탈의 `드림e론`과 연합캐피탈의 `론이오` 등 할부금융사의 인터넷 대출상품이 대부분 없어졌고 이제 오프라인을 통한 대출전용카드 시장마저 위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할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캐피탈과 현대캐피탈 두 선도업체의 대출전용카드 취급고만 해도 각 5조원과 6조원에 이르렀다”며 “이 시장마저 위축된다면 2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시장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계대출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연리 20%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받는 애매한 계층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ㆍ대금업체도 몸사려= 저축은행들도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상품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은 그동안 중점을 두고 영업해오던 화상대출 심사 인력을 대거 빼내 채권회수팀에 재배치했다. 분당의 좋은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하루 5억원씩 나가던 인터넷 대출 `론나라`의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다른 저축은행도 인터넷 소액대출 상품의 출시를 일제히 연기했다.
대금업체들도 새해들어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대금업계 관계자는 “새해부터는 단돈 1원이라도 연체되면 바로 전 금융기관에 연체정보가 공유된다”며 “한쪽 업체에서 돈 줄을 막기시작하면 다른 업체에서도 피해를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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