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한국 가계 금융자산을 잡아라.” 최근들어 글로벌 자산운용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잇달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가계 금융자산이 2,000조원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자산관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베어링자산운용(Baring Asset management Limited)이 최근 베어링코리아(Baring Korea Limited)를 설립하고 개인과 법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펀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출시를 추진 중인 공모펀드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의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베어링 아세안 프론티어스 펀드’와 중국과 홍콩 기업 주식을 타깃으로 ‘베어링 홍콩 차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일종의 ‘엄브렐라 펀드’로 알려졌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을 국내 위탁판매사로 선정하고 금융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정인준 베어링자산운용 서울사무소 대표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상반기 중에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하고 앞으로 베어링자산운용의 다른 펀드상품들도 판매할 것”이라며 “2주 전 설립한 베어링코리아도 금융당국의 허가가 나면 정식 자산운용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어링은 이미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골드만삭스ㆍJP모건ㆍ피델리티ㆍ블랙록ㆍ라자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차이나인터내셔널과 푸르덴셜의 홍콩 합작 운용사인 ‘BOCI-푸르덴셜’을 포함해 2~3개 자산운용사도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유명 자산운용사들과의 협력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영국계 펀드인 스레드니들(Threadneedle)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회사들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2곳의 외국계 자산운용회사들이 국내 등록 절차에 대해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회사들이 국내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6월말 현재 국내 가계 금융자산이 2,000조원 수준에 달하는 등 자산관리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회사 입장에서도 국내 자산관리 부문이 계속 커지고 있어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회사들이 상품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선진기법을 국내 업계에 뿌리내리는 데 인색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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