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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 비중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경상수지·외환보유액과 함께 한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측정하는 3대 지표다. 오는 10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늘어나는 단기외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총 대외채무는 4,422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168억달러 증가했다. 이 중 단기외채는 1,318억달러로 80억달러 불어났다. 이에 따라 총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9.8%로 지난해 6월 이후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해 3ㆍ4분기 27.7%로 저점을 찍은 후 △4ㆍ4분기 27.7% △올 1ㆍ4분기 29.1% △2ㆍ4분기 29.8%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3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증가한 상태다.
한은은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진 것은 시중은행들의 외화차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증가하면서 외화자금 수요도 늘어났고 이것이 단기 차입금 증가를 이끌었다"며 "과거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당시 단기외채비중과 비교하면 아직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4·4분기 단기외채비중은 36.1%, 금융위기 시점인 2008년 3·4분기 단기외채비중은 52%였다.
단기외채는 만기 1년 미만의 회사채, 차입금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일거에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으로 구분된다. 단기채무가 많은 국가는 위기에 빠질 경우 해외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경제 전체가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처음 테이퍼링을 언급한 후 터키 등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자금이 급속히 빠진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10월 미국의 테이퍼링이 종료되고 금리인상 논의가 시작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출렁거림에 따라 단기외채 증가세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흑자와 외환보유액이 굳건히 버티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한 번 겪은 적이 있다는 '낙인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기외채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며 "내년 미 금리인상 이슈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텐데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초 이후 외채가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어 외화자금시장 동향, 외국인 채권투자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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