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흔들리는 모습은 인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깜짝' 연임. 당초 이사장 제청권자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행시 선배인 남상덕(행시 16회) 전 한국은행 감사가 도전장을 내밀고 'PK(부산ㆍ경남)' 독식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인사구도가 꼬였다. 결국 부담을 느낀 청와대는 안 이사장 연임 쪽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홍 위원, 남 전 감사, 이해균 전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후보로 올린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견과 공모절차는 완전히 무시됐다. '인사편법'이었던 셈이다. 시중은행장들과 은행연합회에서 '환송회'까지 치렀던 안 이사장은 예상 밖의 연임이라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김석동의 굴욕' '인사권 없는 금융위원장'이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왔다. 안 이사장 연임으로 금융위 인사도 덩달아 꼬였다. 홍 위원의 이동을 전제로 승진 및 보직 인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모두 없던 일이 됐고 신임 대변인 공모절차를 개시했다가 중단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지난 5월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예금보험공사 사장 인선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서로 상대에게 자리를 미루려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된 것. 당시 행시 25회 동기인 김주현 금융위 사무처장과 최수현 금감원 수석 부원장이 유력 후보로 올랐으나 두 사람 모두 "사장 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예보는 사장 공모시한을 두 차례나 연기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권이 바뀌면 교체될 게 뻔한 '1년짜리' 사장 자리를 서로 외면한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 인사 레임덕'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즈음 금감원은 임원(부원장보) 및 국ㆍ실장급 인사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우선 이기연 부원장보와 박영준 부원장보의 경우 박근혜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 부원장보는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성헌 의원의 먼 친척이라는 점이, 박 부원장보는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문제가 됐다.
"대선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금감원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 쪽에 줄을 대려 한다"는 '뒷말'이 나왔지만 권혁세 금감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를 밀어붙였다.
두 사람 모두 특정학교(연세대) 출신이라는 점도 노조의 반발을 샀다. 금감원은 한국은행과 함께 인사에서 출신학교별 배분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손꼽힌다. 실ㆍ국장급 인사는 파장이 더 컸다. 당시 인사에서 좌천된 한 국장급 인사가 내부 게시판에 "부하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1순위로 올라간 후임 부국장이 자리가 없어서 승진을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인사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인사가 외풍에 약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무자격자들이 간부로 승진한 것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 뒷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인사 잡음은 금융 당국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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