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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고급화'가 막걸리 업계의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막걸리=저가'라는 공식을 깬 고급화 전략이 해외시장에서 100% 맞아떨어지면서 해당 기업의 매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막걸리의 경우 일본 등 현지 시장에서 수만원대에 팔리면서 "해외에선 와인 부럽지 않는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배상면주가가 생산하는 생막걸리 '느린 마을 막걸리'는 지난 3월부터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 수출되고 있다. 일본 현지 인터넷쇼핑몰 '라쿠텐'에서는 1병(750㎖)당 1만8,000원선(1,680엔), 싱가포르의 현지 레스토랑에서는 2만 1,400원선(25 싱가포르달러)에 팔리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시장에 수출되는 물량은 매월 각 5,000병으로 항공화물을 통해 현지에 공급해 유통기한이 짧은 생막걸리의 한계도 극복했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첫 수출 이후 누적 판매량이 9만병에 이르는 등 '느린마을 막걸리' 판매가 활성화되자 배상면주가는 앞으로 한층 신선한 생막걸리를 현지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양조장 자체를 수출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선박이 아닌 항공으로 상품을 공급해 국내 판매가격보다 8~10배 가량 높게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생막걸리를 선호하는 마니아 층이 형성되면서 수출 물량이 국내 소비량에 근접하는 등 해외 현지 판매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7월 첫 선을 보인 '느린 마을 막걸리'는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매년 연 평균 15만병 가량이 판매된다. 이 관계자는 이어 "'느린 마을 막걸리' 판매 호조는 아스파탐이라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쌀의 함량을 높이는 등 천연 단 맛으로 승부한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본 전형적인 사례"라며 "올 3월부터 미국 시카고에 설립해 운영 중인 양조장처럼 막걸리 제품이 아닌 양조장을 수출하거나 생막걸리 전용 냉장고를 공급하는 등 방안을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자희자양이 생산 중인 '자희향 탁주'도 일본 현지 백화점에서 500㎖ 한 병당 3,129엔(한화 3만3,600원선)에 선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판매가격(1만2,000원)을 2배 이상 웃도는 높은 가격이다. 저알코올 주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해 1월 첫 수출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약 2만병 가량이 판매됐다.
자희자양 관계자는 "'자희향'은 함평 찹쌀로 빚은 최고급 탁주 가운데 하나로 모든 생산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며 "특별한 날 찹쌀로 된 음식을 먹는 일본 문화와 저알코올 주류를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와 맞물리면서 현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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