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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무색케한 네슬레 철수검토
입력2003-09-03 00:00:00
수정
2003.09.03 00:00:00
우승호 기자
다국적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국내 생산시설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네슬레는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지난달 25일 서울사무소 직장폐쇄를 단행한 데 이어 3일에는 스위스 본사로부터 청주공장 폐쇄 및 이에 따른 법적 절차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외국인투자 유치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제 분위기는 거꾸로 가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네슬레의 발표가 `엄포용`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간 것은 당사자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유감스런 일이다. 이번 일은 한국의 노사분규를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는 외국의 다국적기업 및 투자가들에게 `편견`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기업의 노사분규는 확대일로에 있다. KOTRA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분규는 지난달 28일 현재 27건으로 지난해 연간 발생건수(26건)를 이미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직장폐쇄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7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아 봐야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기 쉽다.
정부는 2일 외자유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인센티브 강화, 경영 및 생활 환경개선, 원스톱 서비스체제 구축, 투자유치활동 강화 등을 아우른 범정부 차원의 입체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노사분규 방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종합대책에서 외국인투자기업 노사분규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검ㆍ경찰청과 노동부에 배속시키고, 외투기업만의 특수한 노사분규조정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자유치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 스스로 노사분규를 자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국제적 관례를 우선시하고 아울러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과 기업 풍토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외국투자가들이 굳이 우리에게 올 까닭이 없다.
한국네슬레의 경우 노조의 경영권 간여가 핵심쟁점이어서 외국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영전략 변화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노조 입장에서도 고용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극렬하게 대응하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중요한 경영전략 변화를 노조의 반대 때문에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외국인투자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며,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큰 불이익이 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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