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요금 인가제'가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이용자 차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행 사전심사제를 유지하되 경쟁사업자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약탈적 요금제인지 여부는 사후에 판단해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장기적으로는 사전규제를 없애는 완전신고제로 전환하거나, 신고제조차 폐지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2일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통신요금 인가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회에서 변정욱 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현행 인가제 유지 △인가제 보완 △인가제 폐지 후 신고제 보완 △완전신고제 전환 △신고제 완전 폐지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미래부는 이 가운데 2번째(인가제 보완) 내지 3번째(인가제 폐지 후 신고제 보완)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추후에 이동통신 시장 상황을 감안해 완전신고제에서 신고제 폐지로 넘어가는 내용의 '로드맵'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관련 법 개정안은 올해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5가지 안은 선택사항이라기 보다는 장기적 타임테이블이라고 보면 된다"며 "현행 인가제를 일부 완화한 뒤,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장기적으로는 신고제마저 폐지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의 핵심은 '인가제 보완'과 '인가제 폐지 후 신고제 보완'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로 좁혀졌다.
이 가운데 '인가제 보완'은 현행 인가제를 존치하면서 사전심사 항목을 줄이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이용차 차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정부가 사전에 심사하는 대신, 경쟁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약탈적 요금제인지 여부는 사후적으로 판단해 규제하는 것이다.
'인가제 폐지 후 신고제 보완'은 일종의 변형된 심사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이용자 차별 여부는 사전심사하면서 약탈적 요금제인지 여부는 사후규제하는 것이다. '인가제 보완'과의 차이점은 심사 기간의 단축이다. 인가제의 경우 심사기간에 통산 1~2개월이 걸리는 반면 신고제는 이 기간이 대폭 단축돼 SK텔레콤의 새 요금제 출시가 원활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통신 사업자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가제가 완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쟁사인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SK텔레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약탈적 요금제로 이용자를 끌어들인뒤, 추후 요금제를 높여 오히려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요금 인가제 : 1위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을 높일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 무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유선에서는 KT가 인가 대상 사업자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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