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국내 금융사들이 잇따라 해외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첫 번째 해외시장 각축장은 동남아시아의 마지막 '투자 청정지대'로 평가 받는 미얀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 정부가 올 하반기께 현지 은행과 외국계은행과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1호 합작사'를 선점하기 위한 국내 은행들 간 경쟁이 예상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 미얀마에 사무소를 설립한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2곳이다.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에 하루 앞서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들 은행 외에는 신한은행ㆍ산업은행ㆍ기업은행이 올해 초 사무소 개설을 앞두고 있다. 국내 은행 중에서는 외환은행이 지난 1996년 미얀마에 가장 먼저 사무소를 냈지만 외환위기로 폐쇄됐다.
국내은행들의 미얀마 전략은 지금까지 현지에 지역전문가를 보내 사무소를 개설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현지법인 전환 시점도 올해가 아닌 2014년 이후로 잡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 정부가 현지 은행과의 합작사 설립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국내 은행의 대응이 달라졌다. 미얀마 금융 당국은 현재 외국계 은행의 영업을 규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얀마 정부가 합작사 설립시기를 올해로 앞당김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미얀마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국가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한국 할당량은 많아 봤자 2곳 정도여서 국내은행들의 전략은 최초의 합작사 설립에 초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유일하게 현지를 방문해 기초 닦기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총자산 기준 미얀마 3위인 민간은행 에이야와디은행과 업무제휴(MOU)를 맺기도 했다. 하나은행에 이어서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 분야에서의 강점을 무기로 한발 빠른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미얀마를 주목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장기집권 한 군부정권을 무너뜨리고 2011년 4월 출범한 민선정부는 현재 적극적인 개혁ㆍ개방정책을 펴고 있다. 인근의 캄보디아ㆍ라오스와 달리 미얀마는 가스전과 원목 등 풍부한 천연자원도 보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얀마의 경제성장률로 6.0%를 예상했는데 이는 베트남(5.6%)보다 높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정부는 섣부른 개방에 따른 외국자본의 침투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방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며 "합작사 설립은 그에 따른 결과물로 국내 은행들의 현지화 전략은 이를 선점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