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베어마켓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 코스피 1,200선 탈환을 눈앞에 두고 이틀 연속 하락, 랠리의 ‘숨고르기’인지, ‘마무리’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랠리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전세계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인하와 각국 정부의 직접 지원이라는 호재의 약발은 다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증시가 당분간 정책 호재와 경기침체의 공포를 오가는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그간 지수 반등에서 소외됐던 일부 경기방어주들과 배당 관련주에 대한 단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유했다. ◇체력의 한계 드러내=전날 장중 한때 1,200선까지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인 23일 1,150선마저 내주며 이틀 사이 3% 넘게 하락했다. 수급의 중심으로 떠올라야 할 투신은 최근 5거래일간 3,870억원 순매도 공세로 일관했고 최근 국내 증시수급의 주체로 급부상한 외국인도 이날은 61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최근 단기 반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물을 쏟아내는 형국이다. 지수 흐름상 반등 분위기가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1,200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의 기대감은 최근 주가 반등과정에서 상당부분 소진됐다”며 “거래일 수로 5일밖에 남지 않은 올 주식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료들은 대부분 노출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실적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 기준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지난달보다 8% 낮아지며 16개월 연속 하향 조정됐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싸다는 것이 제일 큰 호재임을 명백히 증명한 밸류에이션 매력조차 12월 들어서 많이 사라졌다”며 “지금처럼 추정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면 주가에 대한 메리트를 주장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수급 상황도 ‘지지부진’=증시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축인 수급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의 단기 매수 주체로 떠오른 외국인이 이날 매도 우위를 보였고 투신은 베어마켓랠리 내내 꾸준히 주식을 내다팔기 급급했다. 주식형펀드의 자금 움직임을 보면 유출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유입세도 줄어들면서 유출입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하루 평균 고작 36억원의 자금만 들어오고 있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세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상승장에서도 주식 비중을 축소시켜온 투신으로서는 웅크린 몸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부터 최근까지 기관이 6,800억원 순매도했는데 같은 기간 프로그램 매수가 1조원 이상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기관은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보수적 매매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당장의 기관 자리를 채워주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 매도세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매수세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배당주ㆍ경기방어주에 관심을=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 혼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것을 권했다. 연말 배당을 앞둔 시기적 특성을 고려해 높은 배당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는 종목이나 경기방어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소 연구원은 “증시 순환매 가능성을 고려해 그간 지수반등과정에서 소외됐던 전기가스ㆍ음식료ㆍ보험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연말까지 수급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배당 관련주의 단기 대응도 유리하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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