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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 전직휴가·승진상한제 도입
입력2002-01-20 00:00:00
수정
2002.01.20 00:00:00
"대기업 능력주의 인사제 확산 시금석" 촉각포항제철이 승진상한제를 강화하고, 전직휴가제를 새로 도입한 것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포철은 이 제도를 통해 유능하고 젊은 층의 신속한 승진과 조직의 내부 신진대사가 강화돼 능력주의 인사체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승진이 안돼 한 직급에 오래 있다는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해고사유가 될 수 없어 포철의 새로운 인사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철의 신인사제도가 대기업들의 평생직장 개념을 뒤바꾸는 '태풍의 눈'이 될 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지는 좀더 지켜봐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실시 배경
포철은 국내 대기업중 인사적체가 가장 심한 곳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대리급이 극심한 인사정체를 겪고 있어 입사 15년이 지나도록 과장이 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에 과장으로 1백30여명, 차장ㆍ부장으로 각각 30여명이 승진했으나 승진 대상자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신입사원 충원도 자연 감소인력을 보충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체 인력의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인사적체는 90년대초 광양제철소 설비확장이 끝나면서 더 이상의 조직 확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취임초부터 "인력 구조조정은 절대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유상부 회장의 감원없는 인사정책도 문제를 악화시켜 온 요인으로 꼽힌다.
포철은 IMF 환란시에도 인위적인 감원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고용안정에 최우선을 두어 왔다.
◇ 무엇이 달라지나
승진상한제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직급ㆍ 근속연수별 승진제한 기준을 단축시켜 직급에 상관없이 해당 직급 승진 4년후 매년 1회씩 4번(대리는 3회)의 승진기회를 주는 것으로 단일화했다.
이는 올부터 승진자 수를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예상되는 간부층의 비대화를 막고 능력 부적격자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승진에서 탈락된 직원은 전직휴가제나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상시명퇴제'를 이용할 수 있고 그냥 잔류할 수도 있다. 포철은 이 제도 시행에 있어서 "강제 퇴직은 결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직휴가제는 승진상한제에 따라 탈락한 직원들의 신속한 전직이나 이직을 돕기 위한 것이다. 시행중인 상시 명퇴제가 근속년수 20년이상을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40대초반이하 직원들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포철은 이 제도를 통해 전직을 고려중인 직원들이 경제적ㆍ심리적 어려움없이 새로운 직장이나 직업을 찾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철은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희망자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 전직 지원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 직원 호응이 성패 관건
포철은 새 인사제도가 성공하려면 직원들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올부터 승진폭을 크게 확대, '능력있는 인재'의 신속한 승진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입사후 20년은 돼야 부장이 될 수 있으나 2004년부터는 입사후 12년이면 부장 승진이 가능하게 된다.
포철의 한 직원은 "신인사제도의 적용으로 직원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신인사제도의 시행으로 직원들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승진연한에 걸린 직원이 스스로 퇴직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서 강제로 퇴사시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당사자로서는 심각한 심리적인 불안정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 회사내 조직분위기가 흐려지고 제도 자체의 시행취지 역시 유명무실해 질 수 밖에 없다.
회사측은 또 이 제도 시행 대상에 생산직 현장직원들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재 직급체계가 단일화돼 있어 고졸 신입사원(기사)이 주무(대졸 신입사원)가 됐을 경우 적용에서 제외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포철은 이에 따라 직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해 가면서 단계별로 신중히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양병무 박사는 "IMF 환란이후 효성ㆍ삼성전자ㆍ현대중공업ㆍLG화학 등에서 고용구조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군인이나 공무원들에 적용돼 온 직급정년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공사례는 없다"며 "포철의 신인사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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