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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구도 대혁명] 그룹 울타리 낮아진다
입력2000-06-04 00:00:00
수정
2000.06.04 00:00:00
임석훈 기자
[경영구도 대혁명] 그룹 울타리 낮아진다'한가족' 인식 벗고 독자생존 모색
『과거에는 그룹체제가 각 계열사간의 협조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거둘수 있는 장점이 있었으나 이제 세계적인 흐름과 여건은 기업들이 독자적인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하는 것만이 국제 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퇴임사중 한 대목이다. 이는 기업들이 그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현대가 오너 퇴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릴수 밖에 없었던 이유중 하나는 그룹의 우산속에서 행해졌던 「누이좋고 매부좋은」식의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더 이상 시장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은 냉혹하게 변해가고 있다. 우량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징후가 발견되면 관련 기업, 더 나아가 그 기업들이 속해있는 그룹은 시장으로부터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된다.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기도 한다.
기업들은 현대사태를 지켜보면서 이제 「그룹」이 울타리가 될 수도, 더더욱 안전한 방패박이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보, 대우사태에 이어 현대 오너일가 퇴진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이 「계열사간 지급보증은 동반자살의 지름길」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며 『같은 식구라는 연대의식이 약해지면서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추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선단식 경영은 더 이상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할 명분을 잃었다는 자기반성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그룹은 형태만 있을 뿐 개별기업 위주의 경영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LG는 브랜드와 경영이념을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협력체가 된지 이미 오래』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도 그룹의 한지붕 식구라는 의식을 희미하게 만드는 주요인중 하나다. 정부 역시 견고한 그룹체제의 폐해를 기업들 못지않게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부당지원 ->기업 및 그룹 동반몰락 ->대출 금융기관 부실과 투자자 피해 ->경제시스템 불안이 바로 그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재벌의 모습은 각 그룹이 어떤 명칭을 사용하든지 간에 각 계열사가 독립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고 소요와 경영이 분리된 책임 전문경영체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시장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다 정부도 감시의 눈초리와 함께 채찍을 가하고 있는 만큼 직·간접적인 계열사 도와주기는 힘들고 이에따라 그룹의 결속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과 정부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많이 줄어들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5월 현재 상장법인들이 지배주주 등에 해준 채무보증과 담보제공 규모는 1조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098억원)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시장을 두려워하고 정부의 몰아붙이기에 몸을 낮추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사태를 계기로 그룹 계열사간 「한솥밥을 먹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은 갈수록 엷어지는 가운데 독립적인 경영체제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려대 조명현(曺明鉉) 교수는 『재벌 계열사간 지분정리를 통한 계열분리와 사업 전문화가 이루어져야만 한 기업의 문제가 다른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계열사끼리는 그룹이름 정도만 공유하고 독자생존하는 새로운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기자SHIM@SED.CO.KR
입력시간 2000/06/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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