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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변동성 커져 '3종 세트'로는 한계… 세율 등+α대책 필요

선진국의 동시다발적인 양적완화로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면서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도 긴박함이 흐르고 있다. /서울경제DB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동시다발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넘치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 몰리면서 우리 외환당국도 딜레마에 빠졌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성장능력까지 갉아먹을 정도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전세계적인 자금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역류하면서 나 홀로 외국자본 유출입을 강력히 규제하기도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2%에 그쳐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진 모습이다. 당장의 환율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도 국내외 돌발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권 말기에 외환당국이 강력한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점 또한 운신의 폭을 더더욱 좁히고 있다.

외국자본의 대규모 유출입에 정부와 기업들이 긴장하는 것은 우리가 겪은 두 차례의 금융위기 모두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높아진 데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자본이 유입되는 속도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경우 금융ㆍ외환시장은 물론 실물경제까지 흔들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고 금융ㆍ실물 부문의 개방도가 높아 외화자금 유출입이 다른 나라보다 더 활발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자금유출입을 관리하기 위해 운영 중인 기본틀은 2010년 6월 도입했던 ▦선물환포지션제도 ▦외환건전성 관리 강화 ▦외화대출 관리방안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선물환포지션제도. 정부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사실상 처음으로 규제를 들이대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250%로 제한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200%로 더 강화했다.

그 결과 규제 첫 도입 당시 평균 301%를 기록했던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현재 200% 이내로 대폭 낮아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은 지점들이 단기차입을 장기차입으로 전환하고 자기자본을 늘려 선물환포지션 평균을 200% 이하로 떨어뜨린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2008년처럼 은행 쪽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동성이 확충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정부가 ‘민간 외환방파제’라 부르는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도 사상 최대치인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불었다.

문제는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코스피 주식은 총 14조6,390억원. 채권시장에서는 올 들어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금액이 5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는 1~2월과 8~9월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시장이 글로벌 유동성의 변동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를 과세로 전환하는 등 이른바 ▦선물환포지션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과세 등 3종 세트를 완성하긴 했지만,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것처럼 토빈세를 도입해 글로벌 핫머니의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U는 최근 재무장관들이 금융거래세 부과에 합의했다. 브라질의 경우 일부를 완화하기는 했지만 현재 토빈세를 부과하는 국가다.

다만 세금의 경우 법 개정 사안이라 도입이 쉽지 않을뿐더러 실제 적용까지 시간도 적잖게 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토빈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약에 위반되고 전세계에 자본통제국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입에 반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된 입장”이라며 “국제적 합의하에 같이 하지 않는 이상 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국제적 공조노력이 쉬운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5월 중국ㆍ일본 등과 ‘국채투자 프레임워크’에 합의했지만 영토분쟁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의제로 양적완화를 올려보겠다고 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이 얼마나 의견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환당국이 정권 초처럼 강력한 고환율 의지를 나타낼 수 없다는 점 또한 제약요인이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만큼 고환율 정책을 고집할지도 미지수다. 강력한 규제가 아니더라도 정부의 세심한 미세조정 노력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25일 박 장관의 “자본유출입 3종 세트를 꺼낼 생각이 없다”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환율이 1,100원을 하향 돌파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박 장관 발언 이후 외환당국의 입지만 좁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더 늦기 전에 환율과 연계해 거시경제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릴 시점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둔화를 감안해 저성장과 저환율에 맞게 거시경제 운용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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