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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승패보다 월드컵을 즐기자
입력2002-06-19 00:00:00
수정
2002.06.19 00:00:00
전국이 승리감에 취해 있다. 월드컵 8강의 흥분으로 들떠 있다. 하루가 지나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감격 속에 한국팀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져 가고 있다. 꿈이 부풀어 오르면서 4강을 넘어 우승까지 가자는 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승패에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월드컵 1승을 염원했던 한국은 16강벽을 뚫고 8강 고지에 올랐다. 처음 우리가 기대했던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이제부터는 한국팀의 승패를 떠나 월드컵이란 축제를 즐겨도 좋을만 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하되 마음을 비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패배를 모르는 한국팀의 승승장구에 4700만 전국민이 하나가 되었고 뜨겁게 응원했다.
전국이 붉은 물결로 출렁거려도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한국팀이 우승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러지 못할 때에 대비한 마음가짐도 미리 한번쯤 생각 할 때가 됐다.
한국이 우승을 해도 월드컵이 끝나면 허탈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물며 한국팀의 무패행진이 끝났을 때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자칫 세계언론의 찬사를 받은 4700만명의 '붉은 응원'에 흠집을 남기지 않을 까 걱정된다.
세계인의 부러움의 대상으로까지 부상한 성숙된 응원문화는 한국대표팀의 8강 진출 못지않은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 이 자산을 가꿔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월드컵은 승리도 중요하지만 세계인이 어울리는 축제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축제의 마당이 한국과 일본이다. 축제를 마련한 주인이 승패에 연연하면 세계인이 한데 어울리는 월드컵의 의미가 반감된다.
한국팀의 경기도 승패 보다는 히딩크감독의 전술과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평가하고 칭찬하는 여유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어린이들은 선수들의 기량과 평가를 보고 꿈을 키워 나간다.
끝나지 않는 축제는 없다. 축제를 여유롭게 즐기고 끝난 뒤에도 뒷맛을 되씹을 수 있다면 그 축제는 성공한 것이다. 우리가 가장 기대하고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 월드컵의 성공도 월드컵을 얼마나 즐기고 그 여운을 우리 것으로 만드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승패를 떠나 '수고했습니다','잘 싸웠습니다'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
월드컵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고 앞으로 한국에선 4경기만 치르면 막이 내린다. 이 4경기의 주역의 하나가 한국이란 점만으로도 가슴 뿌듯하고 행복하다. 앞으로는 승패 보다 이 행복감과 월드컵 자체를 즐기는 마음을 조화시켜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주인의식을 갖고 월드컵의 나머지 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붉은 응원의 정열과 성숙함과 넉넉함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아름다운 폐막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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