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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비중이 매출의 80%에 달하는 기업답게 성진지오텍의 사옥 입구에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 유럽연합기, 일장기 등이 휘날리고 있었다. 입구에서 기자를 맞은 한 직원은 "회사를 방문하는 해외 바이어들의 국기를 걸어놓는데, 걸려있는 국기가 매일 바뀔 정도로 많은 바이어들이 방문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접견실에서 만난 윤영봉(57ㆍ사진) 성진지오텍 대표는 작업복 차림에 팔에 완장까지 착용, 마치 생산현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모습처럼 보였다. 수 십년을 생산현장에서 근무한 그는 "공장에서 아무 소리가 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하는 걱정부터 든다"면서 생산현장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제조업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CEO의 전형이었다. -해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시던데. ▦북한과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요. 현대그룹 대북사업을 전담했던 김윤규 아천글로벌 회장 등과 최근 면담을 했는데, 아천중공업이 평양쪽과 연결을 해서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할 지의 여부를 두고 고민중 입니다. 아마도 실질적인 투자로까지 이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베트남의 경우에는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해양모듈 사업과 연계해서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매출액 연평균성장률이 20.3%에 달하는 등 고속성장세를 이어가고 계신데요. ▦잠정집계해본 결과 지난해 매출은 2006년보다 70%가량 늘어났고, 올해는 20%가량 늘어난 4,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성장보다는 2011년 매출 1조 달성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이에요.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제가 직접 나서서 회사의 내실을 다져줄 인물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선 인력을 끌어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입된 인력이 직원들을 교육시켜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이를 통해 회사는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거죠.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나요.. ▦우수한 신규인력도 확보하고 회사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서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면서도 3년 전부터 서울 7개 대학에서 매년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어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근무하려고 하지 지방까지 내려오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서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사업부분이 석유화학플랜트, 발전부분, 조선부분 등으로 다양합니다. ▦현재 석유화학플랜트, 발전부분, 조선부분 매출비중은 각각 40%, 30%, 30% 가량으로 분산돼 있습니다. 처음에 석유화학플랜트 부분에 들어가는 단품을 제조하다가 연관된 사업으로 확장해나가다 보니까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된거죠. 특히 중공업을 하는 업체는 현금 흐름 때문에 사업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석유화학 플랜트쪽은 보통 자금이 장기간 묶이게 돼 기업 입장에서 곤란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수주금액의 일부를 발주 초기에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품이 완성돼 나갈 때까지 자재 구매 등 대부분을 자체조달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조선부분은 막힌 현금흐름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조선부분 매출 자체가 큰 편은 아니지만 월별로 대금이 결제돼 들어오니까요. -성진지오텍이 지금처럼 대규모 해외수주를 따내는 등 급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을까요. ▦지난 2002년에 네덜란드 넴사에 공급한 발전선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150억원을 물어준 적이 있습니다. 웬만한 중소기업이면 '배 째라'하고 버텼을 텐데, 당시 매출 1,000억원대에 불과한 우리가 100%책임을 다졌습니다. 그게 소문이 나면서 업계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같아요. 넴사는 그 때 쌓은 신뢰가 바탕이 돼서 최근 두 달 사이에도 3,000만달러 이상의 발주를 주는 등 돈독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성진지오텍은 대형설비 제조·모듈화 사업 집중
1,000톤급 초대형 플랜트 세계 최단기간 제작 기술력 보유 울산에 위치한 성진지오텍은 지난 82년 설립이후 전세계 에너지 시장과 조선 해양 시장 공략을 목표로 대형설비 제조 및 모듈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수출중심 기업이다. 지난해 1억 달러 수출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2년 광양LNG 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폐열회수설비(HRSG)와 프랑스 시뎀사의 담수화 플랜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이후 일본 치요다, 미국 벡텔, 엑슨모빌 등 전세계 굴지의 회사로부터 잇따라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면서 대형설비 전문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중견기업으로는 최초로 1,000톤 급 초대형 플랜트를 세계 최단기간에 제작해 기술력과 생산력을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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