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와의 통합과 자립 사이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정보통신대(ICU) 문제가 가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통합을 원하는 학생들과 자립을 고집하는 학교 경영진 사이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진로가 불투명해지자 개교 10년 만에 정보통신(IT) 분야의 포항공대로 자리잡은 ICU의 학생 1,000여명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7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CU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카이스트와의 통합이냐, 자립이냐를 놓고 학교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하지만 통합과 자립의 기로에 선 ICU의 진로는 이날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통부 및 학교 관계자는 공히 “이사회에서 (진로를 놓고)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지만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운나 총장을 비롯해 학교측은 이날 이사회에 300억대 부동산 매각 안건을 올려 자립 추진의 뜻을 분명히 했다. ICU의 예산지원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정부가 내년 ICU 지원 예산을 편성치 않자 학교측이 재정 강화에 발 빠르게 나선 것이다. 정통부는 올 해 75억, 지난해 95억원을 ICU에 지원했다. 또 국회 의결에 따라 정통부는 당연직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이 맡던 ICU 이사장직을 내놓기로 하고 이날 이사회에서 학교 정관을 개정키로 했다. 정통부와 교육부의 고위간부 한 명씩은 ICU의 당연직 이사다. ICU와 정부의 고리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ICU관련 특별법 제정이 2004년 수포로 끝나 국회가 법적근거 없는 정부의 ICU 지원을 중단토록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ICU 설립과 경영에 깊이 관여해 온 정통부가 ICU와 카이스트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국회 등에서 밝혔지만 진전이 없자 학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ICU 학생 150여명은 지난 5일 정통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는 물론, 전체 학생 70% 이상도 카이스트와 통합에 찬성했지만 정통부의 책임 회피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며 “통합이 안되면 집단 자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에대해 “통합은 15명 이사 중 참석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데 ‘ICU가 국내IT를 대표하는 상징적 대학’임을 내세워 자립해야 한다는 총장 및 일부 이사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어 무조건 무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940억원에 달하는 ICU의 기금에도 불구, 장기적인 자립 생존 및 발전은 어렵다고 보고있다. 한편 ICU는 8일 현 이사인 황주명 변호사를 새 이사장으로, 김창곤 정보사회진흥원장을 신임 이사로 각각 선임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