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5,000원권 지폐에 불량품이 발견돼 새 1만원권 발행이 연기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이 새 회폐 발행에 따른 자동화기기의 관련 부품 교체에 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새 1만원권 지폐가 나올때까지 자동화기기 교체를 늦추고 있어 적어도 연말까지 은행 자동화기기 이용에 큰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조흥ㆍ하나ㆍ외환은행 등 6개 은행이 보유한 ATM기와 CD기, 공과금 수납기는 총 3만1,960대에 달하고 있다. 신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부품을 교체하는 비용은 대당 1,200만~1,3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대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모두 4,1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당장 새 5,000원권 사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부품을 교체하는데는 1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새 1만원권이 나온 이후 교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측은 당초 내년 상반기에 새 1만원과 1,000원권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은행권의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올해 중 신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새 1만원권과 1,000원권은 새로나온 5,000원과 세로 높이는 같지만 가로폭의 길이가 다르게 제작될 예정이다. 이에 은행권이 당장 5,000원권 지폐를 사용할수 있도록 자동화기기를 교체해도 1만원권등 신권이 나오면 다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얘기다.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곳은 국민은행. 지난 해말 현재 1만1,198대의 자동화기기를 보유한 국민은행은 관련 부품 교체에만 무려 1,455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01년 이전에 보급된 기계는 새 기계로 교체하고 내용연수가 남아있는 기계는 부품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로 구입해야 자동화기기 비용을 감안하면 자동화기기 투자비는 이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오는 4월 통합을 앞두고 있는 신한ㆍ조흥은행도 각각 2,731대와 4,796대의 자동화기기를 보유하고 있어 978억원에 달하는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 8월부터 순차적으로 교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우선 올해 중에는 7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용빈도가 높은 기기를 먼저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6,679대의 자동화기기를 보유한 우리은행도 868억원에 달하는 교체비용이 들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486억원, 366억원의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 15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3ㆍ4분기부터 이용빈도가 높은 기기부터 순차적으로 교체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동화기기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이번 관련 부품과 기기 교체로 자동화기기 업체들은 올해 오랜 만에 특수를 노리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