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盧 대통령 언론 발언 일부 신문 집중 보도
입력2003-04-01 00:00:00
수정
2003.04.01 00:00:00
이학인 기자
종합일간지 가운데 몇 개 신문이 31일자 신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데 이례적으로 많은 지면을 쓰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에서 한 언론 관련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들 신문은 노 대통령이 언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거나 오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그런 논조를 지지하는 언론학자와 전직 언론인들의 논평을 붙이고 있다. 그러면 이런 논조와 보도 내용은 과연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 그렇다고 하기에는 편견과 일방통행 논리로 가득 찬 구석이 많고, 결국은 위장 진술로 진실을 가리는 대목도 발견된다.
이들 신문들이 비판하고 주장하는 근거와 논점에는 문제가 없는지 가릴 것을 가려보자. 우선 일부 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언론 권력` `통제되지 않은 권력, 검증되지 않은 권력` `언론 권력의 세습` `불리한 언론 환경` 등을 놓고 비판하고 있다.
공동경쟁시장 작동 전제돼야
신문들은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영향력만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노 대통령이 지적한 것은 바로 영향력이지 공권력이 아니다. 타인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 넓은 의미의 권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어떤 신문은 그들 스스로 권력을 만든다는가 좌지우지한다는 공언을 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권력은 나쁜 것으로 영향력은 좋은 것으로 바꿔치기해 버리려 하고 있다.
또한 언론은 독자의 선택과 지지에 따라 영향력을 갖게 되므로 통제와 검증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원론적으로만 타당하며 우리 언론 현실에서는 타당하지 않다. 이 주장을 타당하게 만드는 것은 독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제대로 된 시장메카니즘의 작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자본을 동원하여 공정경쟁을 일탈한 방식으로 신문 부수를 유지하거나 확장하여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위장된 진술일 뿐이다.
`통제와 검증`은 문제 제기 차원
노 대통령이 언급한 통제나 검증은 언론이 행사하거나 행사하려고 하는, 통상적인 언론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언론 권력에 대한 통제와 검증을 지칭한 것이다. 정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특정 정파를 정권의 대체세력으로 내세우기 위해 편을 드는 우리의 언론 현실을 재론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 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정치인은 4년마다 심판을 받아 국민의 위임을 확인하지만,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신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언론학계에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문제 제기인 것이다.
일부 신문은 `스스로 만든 권력을 세습까지 하므로 그 권력이 공정하기를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도를 넘어 지나치게 화를 내고 있다. 신문들은 자유민주주의 아래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세습하고 소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미국의 유력지를 예로 들고 있다.
언뜻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문사는 단지 세습해서 소유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신문 재벌로 성장해 논조와 편집을 지배하면서 강한 이념적 성향으로 편향적 보도를 하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사회적인 쟁점이 되어오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미국 신문들처럼 민주당이나 공화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도 않고 겉으로는 불편부당을 내세우면서 속으로 특정 정파나 후보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던가.
나아가 일부 신문사는 세금을 여러 방법으로 내지 않고 재산을 축적하고 세습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도 있다. 사유재산의 세습은 합법적인 절차를 완결할 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유리한 것만을 말하고 불리한 과거 사실을 숨기는 것은 양심의 배반이자 일방통행식 진실 호도다.
정부-언론관계 정상화 취지
노 대통령이 나쁜 언론 환경이라고 했다고 해서 이런 저런 해석을 붙이고 있다. 생각해보자. 참여정부가 그럼 유리한 언론 환경 속에서 승승장구라도 한다는 말인가. 노 대통령이 일부 신문의 뻔한 비판의 소리를 의식하면서 굳이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자신의 보좌진들에게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주문함으로써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개혁이라는 총론에 찬성하면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각론에서는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풍토는 언론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31일자 일부 신문은 바로 이 점을 명명백백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