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어디로 가나(사설)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로 촉발된 파업사태의 악화와 여당의 무소신 무책으로 개정법이 시행도 되기전에 방향을 잃고 있다.여기에 파업현장에 외세가 개입, 상황이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노동관계법 날치기통과 이후 파업사태가 날로 악화되자 여당이 뒤늦게 「정리해고제유보」「여야영수회담검토」「노동법재개정용의」니 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날치기처리 때의 호기로운 강경책은 찾아볼 수 없다. 당정은 노조간부 구속이니, 법대로의 집행이니 하며 밀어붙일 듯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영수회담을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설득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여당이 파업확산으로 사태수습이 어렵게 되자 뒤늦게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대화와 재심의를 들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들고나온 「보완」내용에는 노동법의 본질을 훼손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이같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딱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

기습처리할 때 이런 사태발전과 후유증을 예상도 못했고 대비책도 없었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원안에도 없는 복수노조 유예조항을 슬쩍 끼워넣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늦었지만 대화를 통해 난국을 수습하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다. 발단은 여당이 제공했기 때문에 여당이 실마리를 푸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 이랬다 저랬다

그러나 집권당이 줏대없이 우왕좌왕하고 원칙이나 일관성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노동법개정에 대해 당정은 경제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국민들도 공감했던 대목이다.

그러다가 이제와선 경제회생 논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노동법 내용이야 변질되든 말든 파업사태 수습이 급해져 정치논리에 의한 정치적 해결만 우선하려는 눈치다. 이런 식으로 대처하다가는 노동법은 개정하나마나한 꼴이 되기 십상이다. 경제회생이나 경제체질강화의 기본목표도 놓치고 노동계에 덜미가 잡히는 꼴이 되기쉽다.

○경제회생목표 변질우려

더욱이나 파업사태에 국제노동 관련기구들이 다투어 개입해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OECD의 고용노동사회 위원회가 오는 22일 한국의 노·사·정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노동법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우리는 내부의 문제를 가지고 OECD에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마뜩치 않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우리가 OECD에 가입한 만큼 회원국의 의무를 준수하고 국제규범에 합당한지 여부를 검증받아 합리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절차가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자유노조총연맹(ICFTU)이나 OECD의 노조자문위(TUAC) 등의 국적도 불분명한 대표들이 한국에까지 와서 파업현장에 동참하는 등의 행위는 한국민의 감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처사는 국제적인 신보수주의 경향에 제동을 걸려는 국제노동계의 연대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겠으나 일각의 우려처럼 한국의 산업평화를 깨뜨려 이득을 보겠다는 경쟁국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파업에 외세개입 배격을

국제노동단체의 개입은 한국의 노동계와 정부 및 재계의 입장을 균형있게 청취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권고하는 방식이 돼야 할지언정 일방적으로 파업을 부채질하는 형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개정노동법에서 국내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등은 이미 선진국에선 더욱 엄격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어서 국제노동단체들이 문제 삼을 여지는 적다고 본다.

국제규범과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복수노조의 3년유예와 교원및 공무원의 노동3권 유보문제 정도일 것이다.그러나 복수노조문제는 도입을 원칙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성의 강도는 떨어진다.다만 교원의 단결권을 2년후 보장키로 했다가 이를 국회상정과정에서 배제시킨 점은 문제제기의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국내 노동계도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행여 외세를 업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노동계의 자존심은 물론 국민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임을 인식해 보다 대국적인 시각으로 사태해결에 임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