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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희망/폴 A 새뮤얼슨(송현칼럼)

일국이 명성을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오명을 얻는 것은 순식간이다.이탈리아가 그렇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유럽통화동맹에 가입하기 위한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터키가 한때 「유럽의 늙고 병든 국가」라고 불렸던 것처럼 이탈리아는 현재 「유럽의 불량아」로 통한다. 부패하고 정부지출이 비효율적이고 방만하며 정권교체가 빈번해 정국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바닥권 이는 공정한 평가인가. 이탈리아는 악평을 자초한 것인가. 정치상황이 불안하고 외국기업들로부터 투자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은 이같은 질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국 주식시장의 상황을 살펴보자. 태국과 한국, 일본은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대만, 브라질, 러시아는 지난해와 올해에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 한국과 대만의 실질 국민소득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양국은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소득수준이 낮지만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온 점에서는 비슷하다. ○「한보」 등 난제 첩첩 한보철강 부도는 한국의 많은 오점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양한 업종을 거느린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주주들과 미래의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익률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및 유럽의 투자가들은 한국 주식을 사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많다. 임금수준은 국제기준으로 볼 때 매우 높다. 강성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소심한 겁쟁이들이게 마련이다. 그들은 노사분규를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 및 반정부 시위에는 질색이다. 또 정치인과 관료들의 뇌물수수 혐의가 밝혀져 구속되기보다는 차라리 조용히 덮여지기를 바란다. 북한의 공산체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북한은 궁지에 몰릴 경우 평화협상에 임하지 않고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무력에 의존하려 할 것이다. 이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동아시아 국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리스크 회피 속성상 투자가들은 한국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10년 후의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싶다. 주식시장은 경제현실의 정확한 가늠자는 아니다. 한국 경제는 외국투자가들의 변덕스런 견해로 인해 바로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이 점이 이탈리아와 다르다. 이탈리아의 유럽통화동맹 가입을 어렵게 하는 재정적자의 대부분은 낮은 신용도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높은 이자부담 탓이다. ○성장잠재력 여전 한국은 아직까지 신용조사기관의 투자순위가 그렇게 하락하지 않았다. 나는 최근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소로부터 한국의 최신 경제통계자료를 받았다. 이 자료는 한국의 높은 성장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인구차이를 고려할 때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전망이 10년 뒤에는 한국보다 밝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이 해야 하는 것은 관리 가능한 것이다. 정치 안정, 민영화, 규제완화, 교육투자, 기술혁신 및 진보 등을 추진해야 한다. 나는 미국대학에서 경제학과 공학을 전공하는 많은 한국유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야망을 가진 모범생이다. 그들은 자신감과 호기심을 키워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나는 21세기에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에서 많은 수상자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미 MIT대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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