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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인 SBI모기지가 국내 증시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SBI모기지는 상장 첫 날 공모가(7,000원)보다 700원 낮은 6,300원에 첫 거래가 이뤄진 뒤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결국 14.92%(940원) 하락한 5,360원에 마감됐다. SBI모기지는 상장 전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약속한 물량을 받아가지 않아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이 154억원의 실권주를 떠안아 흥행실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SBI모기지는 2009년과 2010년 영업이익이 각각 772억원, 1,226억원을 기록해 재무상태가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SBI모기지의 부진은 국내증시에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고섬의 회계 부정 사건이 터졌고 최근 중국원양자원도 최대주주를 허위기재 해 금융위원회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받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김희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어서 국내투자자들이 이들 우량 기업을 놔두고 굳이 회계 리스크가 있는 외국 기업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상장한 외국기업의 실적도 좋지 못하다. 30일 현재 국내에 상장된 외국계기업 18개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완리와 차이나킹, 중국엔진집단, 차이나그레이트, 중국식품포장, 화풍집단, 3노드디지탈, 이스트아시아스포츠 등 8개에 불과하다. 특히 연합과기가 지난해 4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는 등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성융광전투자유한공사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서를 받지 못해 감사의견 없이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등 촌극이 벌어졌다. 김희승 연구원은 “국내 상장한 외국기업은 영업실적도 저조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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