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박대받는 「달리는 광고탑」(차산업을 다시보자)

◎파급효과 외면… 「신의 선물」 푸대접/연관산업 발전선도 불구 지원은 ‘쥐꼬리’/교통난·환경오염 주범 등 편협한 시각극복 과제/외국선 “자동차 1대 컬러TV 100만대와 안바꿔”「기아사태」의 파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공멸한다』는 위기론을 제기할 정도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전에없던 대응에 나섰다. 국무총리실, 청와대경제수석실, 재경원, 통산부 등 관련부처를 방문, 『기아와 자동차산업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그러나 현재까지 그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지만 새삼스레 확인한 현실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나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 책임은 물론 자동차업체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분발을 촉구하지만 그렇다해도 『이건 뭐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자동차를 「공해배출기계」나 「교통난과 오존주의보의 주범」쯤으로 인식하는 편협된 시각, 기아사태를 기아에 국한된 문제로만 보는 이해부족이 공급과잉이나 통상압력보다 훨씬 더 큰 「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들을 크게 낙담시키고 있다. 『기아를 살리자』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자동차규제를 위한 방안을 찾느라 분주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자동차에 미래가 있느냐』며 반문하면서 뭔가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을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기아사태보다 훨씬 더 큰 위기가 닥쳐온다는 것이 자동차인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외부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업계 내부적으로 이런 애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룰의 중요성을 두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자동차제조는 신의 선물=자동차산업은 2만여개의 부품을 조립생산하는 의미를 훨씬 초월한다. 한국의 자동차는 좁은 땅에 1천만대가 부대끼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통난」「주차난」「공해」의 잣대에서 눈을 돌려보면 자동차는 전혀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구상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신의 선물이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2백여개 나라 가운데 독자모「의 자동차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열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지정학적으로도 북위 40도 근처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기술유출을 1백년이나 막아왔기 때문에 선진국이 아니면 자기모「을 갖는게 불가능했다. 상위 10대 생산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한국, 캐나다, 스페인, 영국, 브라질, 이탈리아다. 8개가 선진국이다. 세계 일류복지국가를 자랑하는 수많은 선진국 가운데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가 훨씬 많다. 만들고 싶어도 못만든다. 기술, 시장(인구), 철강 등 연관산업등의 담보없이 만들수 없는게 차다. 그런게 있다해도 독자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와 브라질은 선진메이커들의 현지생산 기지다. 좁은 시장에, 열악한 기술 및 산업환경에서도 우리는 당당한 세계 5위다. 관료들과 일부언론에서는 『양적인 5위다』며 그 가치를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움직이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기계」다. 다시말해 질적 뒷받침없이 양적팽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국내에서 조달해야 기술이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편협된 시각이다. 자동차는 종합조립산업이다. 산업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는 종합적인 사고를 통할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선진국들의 자동차사랑=프랑스와 벨기에는 최근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벨기에 빌보르드에 있는 공장을 폐쇄키로 했기때문이다. 이 발표가 나온뒤 현지 노동자들과 주민, 벨기에 국민들은 공장폐쇄 반대시위를 격력하게 전개했다. 물론 프랑스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러다 지난 22일 공장폐쇄를 받아들여 수개월간의 갈등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벨기에에 있어 이 공장의 폐쇄는 단순히 2천5백명의 실업자 양산을 뛰어넘는다. 자존심의 문제다. 선진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국가의 자존심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특히 유럽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이 크라이슬러를 살리기위해 국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면서 까지 15억달러를 지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선진국에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그 자체를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강하게 표출한다. 『미국을 움직이는 대통령 뒤에는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일본에서 도요타와 닛산, 혼다의 존재는 산업이나 경제에서 절대적이다. 자동차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 현대, 기아, 대우, 쌍룡, 아시아, 현대정공은 지금 세계 자동차공업인들의 눈으로 보면 「심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해부족 해결이 관건=『반도체는 수출산업의 역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에 대해서는 공장부지를 비롯 금융지원 등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관계당국도 이에 매우 호의적이다.』 자동차업체 한 최고경영영자의 말이다. 그의 말은 계속된다. 『그러나 자동차는 그렇지 못하다. 흡사 국내시장에서 떼돈을 벌어 수출은 헐값에 조금씩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동차업계의 지원요청이 받아들여질리 없지요. 공급과잉을 들어 업체들의 과당경쟁을 몰아치지만 지금이라도 세금, 교통, 환경 등 각종 족쇄를 푼다면 판매가 활기를 띨 것이고, 공급과잉론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의 말은 자동차 산업의 이해부족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식속에 자리하고 있는 자동차는 이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대한 「슬픔」이다. 물론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선 자동차업계가 산업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 것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문제될게 없다는 사회병리 현상을 주 요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수출드라이브다. 수출실적만 놓고 보면 반도체와 자동차의 차이는 크다. 그러나 플로우를 보면 자동차에 대한 이런 평가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반도체는 결과물을 놓고 보면 분명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자동차 처럼 소재­부품­조립­판매­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할바가 못된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보자. 삼성은 왜 자동차에 21세기를 걸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의 30%는 전장품으로 채워진다. 삼성전기와 전자가 전장품제조로 약 3조원 가량을 올릴 수 있다. 삼성화학은 자동차도료와 플라스틱부품을 생산하고, 삼성생명은 돈을 굴릴 수 있으며, 삼성물산은 판매로 재미를 보고, 삼성카드는 자동차카드로 고객을 끌어당기고… 너무도 자주 입에 올려져 이제는 진부하게 됐지만 수치로본 자동차산업의 위상은 이렇다. 자동차는 95년 기준으로 단일산업으로는 제조업전체생산액중 9.6%에 달한다. 자동차취업인구는 전체취업인구(2천37만명)의 8.2%에 달하는 1백66만명. 10명중 1명은 자동차사업에 종사한다는 얘기다. 부품수만 2∼3만여개에 달하다보니 철강, 기계, 전자, 전기, 운수, 금융 등 관련산업 발전도 선도한다. 국내 자동차는 반도체 다음으로 큰 수출단일품목(9.6%)이지만 자동차업계종사자들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교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 쯤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런데 연유한다. 그럼 단순히 외양만 보고 판단하는 이런 결과주의에 대해 외국에서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컬러TV 1백만대를 수출하는 것 보다 자동차 1대를 실어내는게 더 의미가 있다』는게 외국의 시각이다. 우리와는 정반대로 보면 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컬러TV 쪽이 국가경제에 그 의미가 훨씬 크다. 하지만 자동차는 「움직이는 광고탑」이며 「달리는 외교관」이다. 국가이미지 측면에서 볼 때도 자동차가 갖는 큰 의미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박원배·정승량 기자> ◎20살청년 경품받은 차 반환한 사연/세금때문에…/1,700만원대 코란도에 특소세 등 790만원/보험료 포함땐 1,000만원 훌쩍 결국 포기 『본인은 지난 4월 서울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개최된 모터쇼 기간중 경품차량 추첨결과 쌍용자동차 코란도를 당첨받았으나 「개인적」사정으로 인해 경품권리를 포기합니다.』 자동차세금 때문에 경품으로 받은 자동차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기막힌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황모군(20). 그는 올해 서울모터쇼에 경품으로 나온 1천6백70만원(옵션가 1백20만원 포함)짜리 코란도를 받게됐다. 그러나 세금이 7백93만7천45원(특소세 등 제세포함)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자 이같은 내용의 포기각서를 쓰고 경품을 받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런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다. 『등록세, 보험료까지 계산해보니 1천만원이 넘었다. 학생인 내가 어떻게 이를 감당하겠는가. 없는 사람은 이런 복도 필요었겠다 싶어 과감히 포기했다』고 황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황군은 면허증은 있으나 차는 없는 상태였다. 자동차업계가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부족 내지 규제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상징적 사례로 지적하는게 바로 세금이다. 국내 자동차 세금은 구입단계서 내는 특소세, 특소세교육세, 부가세 등 3개와 등록과정에서 내는 등록세, 취득세 등록세, 등록세교육세, 농어촌 특별세, 도시철도채권매입 등 5개다. 또 소유과정에서 자동차세, 자동차세교육세, 면허세 등 3개세를 내야하고 운행단계에서 유류특소세, 유류특소세교육세, 유류부가세 등 총 13개를 내야한다. 일본(7가지)보다 2배, 미국(4가지)에 비해 3배의 격차를 보인다. 이러다 보니 과중한 세금을 내게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공장도가격이 5천만원인 1천5백㏄ 소형승용차를 사서 1년간 굴리게될 경우 내는 세금이 3백만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보다 7.4배, 일본보다 2.2배다. 구조적으로 자동차세수는 많이 걷히지만 도로확장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에 쓰여지는 금액은 전체세수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지난해 지방세와 국세를 포함한 국내전체 세수는 82조3백31억원. 이중 자동차 관련세는 13조5천1백79억원으로 전체세수의 16.5%를 차지, 매년 단일품목으로 최대를 기록해오고 있다. 그러나 교통시설 확충 등 교통시설확장에 들어간 돈은 자동차관련세의 절반도 못미치는 5조6천8백18억원에 불과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